◇증시 호황 따른 호실적 업고 줄줄이 연임 성공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김해준 교보증권 대표가 다섯번째 연임을 사실상 확정한데 이어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와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도 전날 연임이 내정됐다. 증권업계 최장수 CEO로 꼽히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도 11번째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며 조웅기 미래에셋대우 각자대표도 다시 한번 미래에셋대우를 이끌 공산이 크다.
증권사 CEO들의 잇단 연임 배경으로는 지난해 증시 호황에 힘입어 실적이 대폭 개선된 점이 꼽힌다. 대신증권과 하나금융투자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63%, 59.6%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5244억원으로 증권업계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교보증권의 당기순이익도 전년대비 17.6% 늘어난 733억원으로 역대 두번째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장수 CEO 경험 살려 IB 확대 등 장기비전 주도
CEO 재직 기간이 2~3년에 불과해 부침이 심했던 증권업계에서는 장수 CEO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재임에 성공한 CEO들이 3년차 이후 탁월한 경영성과를 보이고 있을 뿐더러 자본시장 격변 시기를 맞아 장기 비전을 위한 CEO들의 경험과 능력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특히 본격화된 초대형 IB 시대에 시장을 선도하거나 틈새시장을 공략해 수익 차별화 전략을 위한 각축장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초대형 IB 중 유일하게 발행어음사업 인가를 획득하며 한 발짝 앞서 나가고 있다. 유상호 사장은 시장을 선점해 오는 2020년까지 발행어음 8조원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글로벌 IB 도약을 위해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 단빡(Danpac) 증권사를 인수하며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올해 상반기내 직접 영업에 나설 수 있도록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고 해외 법인으로 전환해 출범시킬 계획이다.
지난해 IB그룹 조직을 개편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던 이진국 사장은 부동산금융 강화에 힘쓰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7월 IB 그룹내 부동산금융실을 부동산금융본부로 승격하고 글로벌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지난해 IB 그룹의 영업수익은 1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점쳐지며 올해 영업수익 2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IB 부문의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는 하나금융투자는 초대형 IB로 올라서기 위한 자기자본 확충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신한금융투자와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이 3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하나금융투자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자기자본은 1조9593억원에 머물러 있다. 최근 키움증권이 3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턱밑까지 쫓아온 상황이다.
교보증권은 부동산금융과 헤지펀드 등으로 수익원을 다각화하고 있으며 지난해 진출한 헤지펀드 시장에서는 지난달 기준 설정액 1조6300억원으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신증권도 자산관리부문(WM)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으며 부동산·대체투자 등에서 차별화된 금융상품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초대형 IB 경쟁위해 수장 교체 나선 NH·삼성
초대형 IB 경쟁에서 한발 뒤쳐져있는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수장 교체를 통해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NH투자증권은 이날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신임 사장 단독 후보로 정영채 기업금융(IB) 사업부문 대표 겸 부사장을 추천했다. 정 부사장은 14년간 IB 업무를 맡아온 정통 IB맨으로서 NH투자증권은 정 부사장의 이력을 전면에 내세워 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복심이다. 지난해말 기준 자기자본 2위에 올라있는 NH투자증권은 올해부터 초대형 IB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려고 했으나 아직 금융당국으로부터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했다. 발행어음 인가를 우선적으로 받은 후 한발 앞서 나가있는 한국투자증권과 자기자본 기준 업계 1위 미래에셋대우, 합병 시너지 극대화를 노리는 KB증권 등과 경쟁에 나서야 한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대표를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안정적인 운용 업력을 쌓아온 구 대표는 그간 삼성증권이 집중해온 WM 사업에 무게를 두면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해결되면 발행어음 업무 등 초대형 IB 사업에도 보폭을 넓힐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