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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그럼에도 디젤이다’ 포드 쿠가

김형욱 기자I 2015.12.16 15:45:57

든든한 주행성능과 첨단 안전·편의사양으로 무장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그럼에도 디젤이다.’

디젤(경유)차가 배출가스 논란 끝에 친환경차 레이스에서 뒤처졌다. 최근 배출가스를 줄인 유로6로 전환했지만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은 아직 남아 있다. 포드는 그러나 이 가운데서도 준비했던 ‘디젤차 카드’를 꺼내 들었다. 포드의 첫 디젤 SUV ‘쿠가’다. 지난 7일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쿠가는 지금까지 판매했던 쌍둥이 가솔린(휘발유) 준중형급 SUV ‘이스케이프’를 대체하게 된다.

포드는 국제 자동차 브랜드로는 이례적으로 가솔린 중심의 북미와 디젤 중심의 유럽 모두에서 ‘톱4’ 안에 들어간다. 가솔린차든 디젤차든 본토에서 인정받은 셈이다. 포드는 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디젤이 대세인 국내에서도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포드 이스케이프의 1~11월 판매량은 259대, 비슷한 크기와 가격대의 디젤 SUV인 폭스바겐 티구안(8269대)과 푸조 2008(3997대), 닛산 캐시카이(2062대) 등은 최대 30배 넘게 판매됐다. 국내 수입 디젤차 판매는 최근의 환경 논란에도 점유율 73.3%(11월 기준)로 고공행진 중이다. 가솔린 중심이던 포드는 올 들어 중형 디젤 세단 몬데오와 준중형급 포커스 디젤을 연이어 내놨다. (사진=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포드 쿠가 앞모습.
포드 쿠가 앞모습. 쌍둥이 모델인 미국형 이스케이프(가솔린)와 달리 깜빡이가 아래 쪽에 있다. 주간주행등(DRL)도 있다.
포드 쿠가 옆모습. 전체적으로 아래쪽은 뒤로갈수록 올라가고, 위쪽은 차분히 내려주는 느낌이다. 동급으로 꼽히는 티구안보다 10㎝ 남짓 길지만 높이는 낮다.
포드 쿠가 뒷모습.
주유구. 뚜껑을 열고 닫을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포드 쿠가 엔진룸. 배기량 2.0리터 듀라토크 TDCi 디젤 엔진과 6단 듀얼 클러치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포드 쿠가 엔진룸. 커버를 벗기니 배기량 2.0리터 듀라토크 TDCi 디젤 엔진과 6단 듀얼 클러치 자동변속기가 드러난다.
◇높아진 연비 든든한 성능

높아진 연비가 가장 눈길을 끈다. 국내 공인 복합연비는 13.0㎞/ℓ(도심 12.0, 고속도로 14.6)다. 인천 영종도 일대를 약 1시간 동안 평균 시속 66㎞로 달린 결과 실연비는 14.1㎞/ℓ(트립 컴퓨터 기준)였다. 이전 1.6~2.0 가솔린 모델이 10㎞/ℓ 전후였다는 걸 고려하면 만족스러운 변화다.

힘도 가솔린 모델보다 떨어지지 않는다. 최고출력이 1.6 터보 가솔린과 같은 180마력이다. 게다가 한방이 있다. 2000 전후의 낮은 분당 엔진회전수(RPM)에서도 최대토크 40.8㎏·m를 낸다.

쿠가는 배기량 2.0리터 듀라토크 T(터보)DCi 디젤 엔진과 6단 듀얼 클러치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정차 땐 엔진이 꺼지는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도 있다. 전자식 사륜구동(네바퀴굴림) 장치로 상황에 따라 각 바퀴에 힘을 배분한다.

주행 감각도 만족스럽다. 부드러운 미국식 차에서 단단한 유럽식 차가 됐다. 차체를 이전보다는 꽤 단단히 잡아 준다. 국내 소비자 취향 변화를 잘 따라온 듯하다. 급격한 움직임에도 차체자세제어장치(ESC)가 적절히 개입해 준다.

기본 타이어는 콘티넨탈 콘티스포트콘택트5 18인치다.

포드 쿠가 에너지소비효율 표. 국내 공인 복합연비는 13.0㎞/ℓ다. 같은 준준형급 디젤 SUV와 비교하면 약간 낮은 편이지만 큰 차체를 고려하면 준수하다고 할 수 있다.
양쪽으로 나란히 배치된 머플러.
앞좌석 전경.
운전석. 전체적으로 기능 조작 버튼이 많아서인지 세밀한 느낌이다. 단, 기어봉과 사이드브레이크는 전형적인 모습 그대로다.
계기판 주행상태 표시 모습.
뒷좌석. 준중형급 SUV인만큼 넓다곤 할 수 없지만 40대 4인 가족이라고 가정해 보면 충분할 듯하다.
앞좌석 뒤에 붙어 있는 뒷좌석 받침대. 가족형 SUV답게 자녀까지 고려한 편의 장치·기능이 곳곳에 마련됐다.
트렁크의 뒷좌석을 접은 모습. 미니밴 급 수납 공간이 나온다.
◇미국식 넉넉함에 디테일 더해

차체를 보면 역시 미국을 고향으로 한 차이다. 실내가 넉넉하다. 동급이라고는 하지만 유럽산 티구안보다 차체가 10㎝ 가까이 길다. 폭도 약간 넓다. 큰 만큼 연비도 조금 낮다. 국산 SUV 기준으로 보면 준중형급과 중형의 딱 중간이다.

더 크지만 무게(공차중량 1716㎏)은 동급 중 가장 가벼운 수준이다. 차체 높이도 낮다. 여러 측면에서 주행 성능에 신경을 썼다. 차체와 디자인 자체는 전작 이스케이프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튀지 않는 무난한 느낌 그대로다. 법규 차이 때문일까. 깜빡이(방향지시등) 위치만 조금 다르다.

시승형 고급형(티타늄·4410만원) 기준으로 첨단 편의·안전장치가 대거 탑재된 게 눈길을 끈다. 몇 년 전만 해도 일부 고급차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기능들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쿠가는 국내에서 시승한 티타늄과 기본형(트렌드·3940만원)과 티타늄 2종으로 판매된다.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는 정속주행 장치(ACC·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와 추돌 사고를 최소화하는 액티브 시티 스톱(ACS)가 있다. 시속 15㎞ 이내라면 완전히 앞차를 따라 멈추고 그 이상이라도 스스로 제동해 충격을 줄여 준다.

직접 시험해 본 결과 앞차가 속도를 충분히 줄여 여유 있게 멈추면 따라서 멈춘다. 고속도로는 물론 막히는 도심에서도 발이 편할 듯하다. 물론 ACC·ACS라도 아예 페달에서 신경을 안 쓸 순 없다. 급정거 땐 추돌을 피할 수 없고 바로 앞에서 신호등이 바뀔 수 있다.

여기에 차선유지장치도 있다. 차량이 직선 구간에서 의도치 않게 차선을 넘으려 하면 핸들이 스스로 차선 안으로 들어오거나 운전자에게 경고한다. 아직 초기 수준이지만 졸음운전 때의 사고를 막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핸들(스티어링 휠) 모습. 좌우 조작버튼을 통해 초기 단계의 자율주행 장치를 조작할 수 있다.
핸들 왼쪽 아래 있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CC) 조작 버튼. 자동 정속주행 기능에 앞차와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능을 더했다.
차선 유지장치 조작 화면. 끄거나 경보를 울리거나 스스로 차선을 잡아주는 세 가지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차선 유지장치 조작 버튼. 끄거나 경보를 울리거나 스스로 차선을 잡아주는 세 가지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후방카메라 화면. 오른쪽 위엔 360도 센서도 표시된다.
스스로 주차할 곳을 찾아 핸들을 돌려주는 평행주차 보조장치 작동 모습.
핸즈프리 테일게이트 기능 사용 전. 스마트키를 들고 뒤에 가서 발을 대면 트렁크가 저절로 열린다.
핸즈프리 테일게이트 기능 사용 후. 스마트키를 들고 뒤에 가서 발을 대면 트렁크가 저절로 열린다. 마찬가지로 벗어나면 저절로 문이 닫힌다.
트렁크 자동 개폐 버튼. 발을 이용해서도 여닫을 수 있으므로 쓸 일이 많지는 않을 듯하다.
◇초기 자율주행 장치 대거 탑재

차를 옆으로 댈 때 핸들을 스스로 움직이는 평행주차 보조장치도 있었다. 스스로 주차공간을 인식해 페달 조작을 명령한다. 안정적이다. 한두번 해보면 초보운전자에게는 역시 편리한 기능이다. 앞·뒤로 밀어 넣는 직각주차가 안되는 게 아쉽다. 국내 도심 주차장 대부분은 직각주차다.

차량 뒤 아래를 발로 훑으면 트렁크가 자동으로 열리는 기능도 있다. 포드가 자랑하는 핸즈프리 테일게이트다. 마트에서 두 손 가득 장을 본 후에 필요한 기능이다.

이런 다양한 기능이 미국차는 투박하다는 인식을 바꿔 준다.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모니터의 기능도 한글화했다. 계기판 모니터 배열도 깔끔하다.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USB 커넥터도 두 개다. 블루투스를 이용한 스마트폰 연결도 원활하다. 고급형엔 절반이 열리는 파노라마 선루프도 있다.

물론 곳곳에 투박함도 있다. 일단 대부분 영어다. 계기판 화면부터 각종 기능 설명도 영어다. 음성 인식 시스템인 싱크(SYNC)2도 영어만 인식한다. 내비게이션 아래 에어컨 조절 모니터도 옛 방식이라 조화롭지 않다.

수동 변속 모드도 요샌 흔치 않은 버튼 조절 방식이다. 쓰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굳이 넣을 것이라면 손으로 변속하는 패들 시프트나, 기어봉 변속이 어땠을까.

유럽 디젤차의 연비와 미국 SUV의 활용성과 안정감을 함께 고려한 가족 단위의 운전자라면 포드 쿠가도 한번쯤 고려해 봄직하다.

포드 싱크(SYNC)2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 스마트폰 음악을 재생하는 모습. 처음엔 조작 방식이 어색했으나 이내 익숙해졌다.
내비게이션, DMB, 후방카메라, 스마트폰 연동 블루투스, 음원재생 등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갖춘 포드 싱크(SYNC) 모니터.
앞좌석 가운데 뒤 수납함 속 USB 커넥터. 두 개인 것은 좋지만 사실 앞으로 빼는 게 사용하기는 더 편하다.
스마트키와 시동 버튼.
포드 공조장치 조작 버튼. 첨단으로 무장한 차량답지 않게 디스플레이가 옛 방식이어서 이질적이다.
기어봉(기어변속 레버). 6단 수동모드 버튼이 봉 끝에 버튼식으로 달려 있다. 패들 시프트 같은 통상적인 수동모드 조작 버튼보다 불편해 직관적인 스포츠 드라이빙은 어려울 듯하다.
운전석 좌석 조절 버튼. 운전석 모양으로 해 놓은 다른 차보다 밋밋하지만 조작은 생각보다 편했다.
보조석 좌석조절 버튼. 고급형도 수동이다.
포드 쿠가 고급형의 파노라마 선루프. 앞 절반은 실제 열 수 있다.
트렁크 밑 보조 타이어. 요샌 원가와 무게 절감을 위해 수리장구 등으로 대체하는 추세인데 쿠가는 여전히 스페어 타이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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