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뉴스속보팀]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여성들이 다태아를 낳기 위해 난임 치료를 받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국정감사 도중에 해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의 인구와 의료 정책을 관할하는 복지부의 수장으로서 난임 부부의 고통을 가볍게 보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 장관은 이날 세종시 복지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윈회 국정감사에서 난임 시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도중 ‘쌍둥이 임신을 원하는 이들이 많아진 이유’에 관한 한 의원의 질문에 “한 번에 애기를 낳고 빨리 직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날 김제식(새누리당) 의원은 “대한, 민국, 만세, 그리고 이휘재, 이동국 등(다둥이나 다둥이 부모가)이 나오며 쌍둥이 열풍이 있다. 쌍둥이 임신을 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하는데 알고 있느냐”고 물으며 “과배란을 통해서 자연임신보다 19배 배아 출생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왜 이런 트렌드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아마도 한 번에 아기를 다 낳고 빨리 다시 직장으로 가기 위해서 이런 현상들이 나타난 것 아닌가 싶다”며 “건강에는 안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두 사람의 질의 응답은 김 의원이 복지부가 난임부부의 체외 인공 시술 이식 배아의 숫자를 5개에서 3개로 줄인 것을 언급하며 시작됐다.
복지부는 다태아 임신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위협할 가능성을 우려해 한 번에 이식할 수 있는 배아 수를 최대 5개에서 3개로 줄인 ‘인공수정 및 체외수정 시술 의학적 기준 가이드라인’을 2일 발표했다.
배아 이식은 난임 정도가 가장 심한 경우 시행된다. 흔히 난임일 경우 배란 유도제를 사용하고 그래도 난임이 계속되면 인공 수정을 시술받는데, 계속 임신에 실패하는 경우 배아 이식을 통한 시험관 시술을 한다.
이처럼 난임이 제일 심한 경우 받게 되는 시술인 만큼 ‘한 번에 아기를 다 낳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이 시술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런 까닭에 정 장관의 발언이 의학적인 상식과도 거리가 있는데다 난임부부의 고통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랜 기간 난임 시술을 받았던 한 여성은 “다태아 임신을 위해 의도적으로 난임 치료를 받는 사람은 100명 중 1명도 안될 것”이라며 “장관이 난임 시술을 받는 여성들이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아내가 10여년간 난임 치료를 받았던 한 남성은 “난임 시술을 받는 여성 중에는 심한 부작용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도 많다”며 “사석에서 가볍게 농담을 했다면 모르겠지만 보건복지 수장이 공식 석상에서 그런 말을 했다는 게 당황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