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직후 국회 본관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적막함이 가득했다. 모두발언을 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한숨을 쉬며 “오늘 이 자리에 서니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마음이 너무 무겁고 착잡하다”며 “헌법재판소 판결이 이렇게(파면) 되고 보니 실망을 넘어 참담하다”고 말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파면 관련 입장문을 발표하며 “여당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번 사태로 많은 국민이 느낀 분노와 아픔에 대해서도 무겁게 인식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날 헌법재판소에서 직접 파면 선고를 지켜봤던 조배숙 의원은 눈물을 흘린 탓인지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 의총장에 들어왔다. 조정훈 의원도 눈시울을 붉힌 채 의총장에서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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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비상의원총회에서는 당의 의견과 반대되는 몇몇 의원들과 함께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비상계엄 사태 직후부터 탄핵에 찬성한 김상욱 의원을 포함한 친한(친한동훈)계 의원 몇몇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박덕흠 의원은 “생각과 이념이 같지 않은 분과 함께하면서 대통령선거와 같은 큰 선거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핵심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헌법재판소 판결에 승복을 선언한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도 나왔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비상의원총회에서 “애초에 탄핵 심판은 절차적 불공정이 점철됐다. 민주당 독재에 헌재가 굴복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절차 문제 대해서 각하라는 의견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기각을 강탈당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대통령을 지지하는 분들께 지키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다른 친윤계 의원도 헌재 판결을 비판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파면 결정 직후 자신의 SNS에 “문형배의 선고 평결을 방청석에서 들어보니 민주당 대변인이 논평을 하는 줄 알았다”며 “편향된 지식인이 이 사회에 얼마나 큰 흉기가 되고 있나”라고 썼다.
일부 친윤 의원들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철규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윤 전 대통령의 파면 후 메시지와 “유구무언(有口無言). 송구하다는 말 외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당분간 침묵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날 의총에 참석한 친윤계를 포함한 대다수 의원들도 평소와 달리 기자들의 질문에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