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적이게도 정부의 초고강도 규제가 오히려 매수세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몰려드는 수요에 비해 새 아파트 공급이 줄자,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자” “앞으로 집 사기 더 어려워 질 것이다” 하는 불안감이 30, 40세대를 초조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른바 ‘패닉 바잉’ 현상이 통계로 확인됐다는 해석이다. 규제의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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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전국 주택 거래량은 13만8578건으로 집계됐다. 전달인 5월(8만3494건)보다 66.0%, 지난해 6월(5만4893건)보다는 152.5% 증가했다. 지난 2006년 11월(17만3797건) 이래 최고치로, 부동산 매매거래 신고제가 도입된 2006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거래량이다.
특히 정부 규제 타깃인 수도권 거래량이 급증했다. 서울은 1만9463건으로, 전달(1만255건)보다 89.8% 늘었다. 작년 같은 달(8990건)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많다. 서울과 경기, 인천을 합한 수도권에선 7만5534건이 거래돼 전달(4만228건)보다 87.8%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달(2만6944건)에 비하면 180.3% 폭증했다.
올해 상반기도 비슷한 상황이다. 상반기 주택 거래량은 62만878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31만4108건) 및 5년 평균(45만7543건) 대비 모두 증가했다.
이 많은 주택 거래를 주도한 건 30, 40대다. 감정원 자료를 보면 30, 40대는 6월 서울 주택 매매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전체 거래량에서 30, 4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4월 38%에서 6월 48%로 껑충 뛴 셈이다. 30대는 4810건, 40대는 4558건으로 올 들어 최고치다. 코로나19 여파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었던 지난 4월엔 매매량이 3600여 건에 불과했으나 두 달만에 곱절 이상 늘었다.
6·17부동산대책에서 사실상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경기도도 30, 40대의 6월 한 달 주택 거래량이 2만 건을 돌파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연령대별로 주택 매매량 집계를 시작한 작년 1월 이후 최고치”라고 했다.
“매물 씨 말라 사고 싶어도 못 사…추가 공급안 ‘주목’”
30, 40대가 주택 매수행렬에 가담한 것은 저금리 속 유동성 증가와 ‘패닉 바잉’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가점이 낮아 ‘로또’로 불리는 청약 시장에서 밀려나 있는 이들이 현 정부가 22번째 대책을 내놨음에도 집값이 계속 오르자 ‘지금 아니면 수도권에 집을 못 산다’는 불안심리에 빚을 내 매매시장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의당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2년간 받은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30대가 102조 7000억원, 40대가 86조 3000억원로, 같은 기간 전체 주택담보대출(288조)의 66%에 이른다.
3040세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기반이란 점에서도 현 정권엔 큰 타격이다. 정부 말만 믿고 무주택 상태로 버티다, 계속되는 집값 상승에 상처를 받은 3040세대들이 문정부에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각종 대책에도 집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니 3040세대가 ‘기다리라’는 정부 말을 더 이상 듣지 않고 스스로 살 길을 찾아나선 격”이라며 “청와대·국회의 세종시 이전 등 뜬금없는 말만 하고 있으니, 3040세대의 정부 등 돌리기 현상은 더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패닉 바잉’ 현상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먼저 6월을 정점으로 찍고 전통적인 비수기인 7~8월엔 진정세를 보이다 가을께 다시 과열이 나타날 수 있단 전망이 있다. 청약 시장 과열이 끝나지 않은 국면에서 매매시장이 잠시 진정세를 보이더라도 언제든 다시 과열될 수 있단 관측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통상적으로 시장에 나오는 수준의 매물은 싹 거래돼 매물이 씨가 말랐다”며 “사고 싶어도 매물이 없어 이달 거래량은 6월만큼 나오긴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성수기인 9월을 기점으로 고가 매도가 늘어날 수 있다”며 “전세 불안 가중도 다시 ‘패닉 바잉’을 부를 요인”이라고 짚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 역시 전세난이 패닉 바잉을 부추길 수 있다고 봤다. 함 랩장은 “이른바 임대차3법으로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 매매시장으로 불안이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공급을 늘려도 수분양을 확신할 수 없는 30, 40대가 지속적으로 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곧 발표 예정인 서울 도심 추가 주택공급 방안이 향방을 가를 수 있단 시각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열양상의 지속 여부는 3기 신도시에 이어 정부가 서울 어디에, 얼마나, 언제 주택을 공급하느냐에 달렸다”며 “30, 40세대가 선호하는 곳에 많은 공급이 이뤄진다면 불안감이 다소 해소돼 진정 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