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를 현지시각 11일 미국 시장에 출시했다고 12일 밝혔다. 후보물질 발굴이 시작된 2001년 이후 19년만의 성과다. 뇌전증은 뇌 특정 부위에서 이상을 일으킨 신경세포의 과도한 흥분으로 뇌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증상이다. 의식 소실이나 발작, 경련을 수반한다. 앞서 SK바이오팜은 지난해 11월 세노바메이트를 성인 대상 부분 발작 치료제로 FDA 허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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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노바메이트는 또 판매에서도 미국 시장에 처음으로 직접 판매(직판)를 통해 출시된 약이다. 개발에 이어 K바이오의 독자 마케팅과 판매 실력이 검증대에 올랐다. 그간 국내 의약품은 미국에 진출하더라도 글로벌 제약사의 우수한 현지 판매망에 기댔다. 대신 수익 50% 가량을 수수료로 떼어줘야 했다. 반면 세노바메이트의 경우 SK바이오팜 미국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독자적으로 판매도 맡는다. SK바이오팜은 2007년부터 직판을 검토해 현지 의약품 유통판매 전문업체를 통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올해 초 110명의 판매 인력을 채용했다”며 “기존에 타 제약사에서 중추신경계 신약을 판매하던 전문인력”이라고 말했다.
세노바메이트는 성과면에도 K바이오 최초로 블록버스터 신약 1호 타이틀을 거머쥘 가능성이 크다. 블록버스터 신약이란 단일 품목으로 연 매출 1조원을 올리는 신약이다. 대신증권은 세노바메이트 글로벌 시장가치를 5조4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세노바메이트가 6~7년 뒤에는 1조원 규모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바이오팜은 신약을 개발해 실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업”이라며 “신약개발이 단순히 하나의 모멘텀이 아니라 기업 어닝(실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선례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기준 세계 주요 뇌전증 시장 규모는 61억 달러(7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33억 달러(4조500억원, 54%)를 미국 시장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 뇌전증 시장은 2024년까지 41억 달러(5조3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노바메이트는 2022년 경에는 유럽에도 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SK바이오팜의 파트너사인 스위스 아벨 테라퓨틱스가 세노바메이트 유럽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세노바메이트에 대한 유럽의약품청(EMA) 허가 심사가 시작됐다. 세노바메이트는 확장성도 있다. 향후 전신발작(임상 3상 진행중)과 신경병성 통증 및 조울증 등으로 치료 대상을 확장할 수 있다. 세노바메이트가 전신발작에 대한 허가도 받으면 뇌전증 환자의 95%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된다.
세노바메이트 미국 출시는 내달 말로 예상되는 SK바이오팜 상장에도 훈풍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5조원을 넘는 세노바메이트 가치만으로도 SK바이오팜 시가총액은 6~8조원 규모로 관측된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를 잇는 대형 바이오기업이 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11월 9조원 규모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017년 7월 7조8000억원 규모로 상장됐다. 업계 관계자는 “세노바메이트 성공 여부에 따라 K바이오의 신약 개발과 판매 능력에 대한 해외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