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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한일전쟁]DHC코리아 사과에도 이어지는 日 막말…불매 격화

함지현 기자I 2019.08.14 14:37:22

日 DHC 방송·홈페이지 통해 '막말' 이어가
국내 소비자 불매 확산에 유통가도 'DHC 지우기'
"사과 진정성 의심…日 반감만 더욱 키울 것"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DHC코리아가 ‘혐한 방송’을 사과했지만 오히려 불매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DHC가 만든 DHC텔레비전에서 ‘막말’ 방송을 계속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사과했던 업체들이 여전히 불매운동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DHC의 이같은 행태는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DHC코리아가 “우리 임직원 모두 한국인”이라며 “한국 비하 방송 중단을 요청하겠다”고 사과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일본 DHC와 선을 그었지만 이번 사과가 국내 주요 유통채널에서 사실상 판매중단이 이뤄지자 부랴부랴 이뤄지는 ‘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DHC코리아는 문제가 불거지자 댓글 기능 차단 등의 과오도 있어 사과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습이다.

문제를 일으킨 DHC본사가 아닌 DHC코리아가 사과에 나서면서 사과의 주체가 잘못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사과가 무색하게 일본 DHC TV에서는 한국의 불매운동이 어리석다는 등의 발언을 이어간다는 데 있다.

DHC 텔레비전은 이날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한일 관계에 대한 담론은 사실에 근거한 것이나 정당한 비판”이라고 밝혔다. DHC코리아의 사과가 이뤄졌던 지난 13일에는 우익 정치평론가 사쿠라이 요시코가 출연해 “아이 같은 어리석은 짓”, “한국이 뭘 하든 일본에는 영향이 없다” 등 자극적인 발언을 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즉각 반응하고 있다. 국내 주요 H&B(헬스앤뷰티) 스토어에서는 지난 이틀만에 매출이 전주 대비 20% 가깝게 감소할 정도로 불매가 가시화하고 있다.

주요 업체들도 DHC 지우기에 나섰다. 오픈마켓인 G마켓과 11번가에서는 메인 페이지에 들어가는 프로모션을 자제하고 DHC 상품 검색을 제한하고 있다.

국내 최대 유통채널인 롯데와 신세계의 온라인 몰에서 DHC의 제품을 찾아볼 수 없다. 신세계 온라인몰인 SSG닷컴에서는 지난 12일부터 DHC 딥클렌징 오일을 비롯한 20여종의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롯데닷컴도 DHC의 제품을 검색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

DHC 제품의 주요 유통채널로 꼽히던 H&B스토어들도 마찬가지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은 온라인에서 DHC 제품 노출을 차단했고 오프라인에서도 관련 상품을 보이지 않는 뒤쪽으로 배치했다.

GS리테일의 랄라블라는 DHC 상품 전체를 온라인·오프라인에서 발주 중단했다. 매장에서 판매 중이던 제품은 매장 진열 위치를 변경했다.

이마트의 부츠도 클렌징 오일, 기름종이 등 20여 종의 제품을 판매 중단했다.

(사진=이데일리DB)
앞서 몇 차례 사과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불매운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업체들이 있을 정도로 ‘보이콧 재팬(일본 제품 불매)’의 열기가 뜨거운 것 역시 주목할만하다.

대표적인 곳이 유니클로다. 유니클로는 지난달 오카자키 다케시 페스트리테일링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국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대해 “장기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줄 만큼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알려지며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입장문을 통해 사과했다.

그럼에도 불매 직격탄이 이어지자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과 한국 유니클로 홈페이지, 한국 유니클로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사과문을 재차 올렸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유니클로에 대한 불매는 사그러지지 않고 있다.

한국콜마 역시 윤동한 회장이 월례조회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 막말·여성비하 표현이 들어간 영상을 보여줬다 홍역을 치렀다.

한국콜마는 막말과 여성 비하 등이 포함된 동영상은 윤 회장이 전달하려는 본심이 아니었다고 한차례 해명했지만 주가가 곤두박질 치고 불매운동이 거세게 이어졌다. 결국 윤 회장이 경영권을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문제가 되는 발언을 하는 일본 DHC의 행태는 일본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화하는 원인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DHC가 사과를 하고 나섰지만 여전히 혐한 발언을 그대로 방영하는 행태에 미뤄봤을 때 진심이 있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분위기를 봤을 때 오히려 DHC와 일본에 대한 반감만 커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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