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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제헌절을 기념해 국회 제3회의실에서 열린 ‘국가원로 개헌 토론회’에는 김원기·김형오·박관용·임채정·정의화 등 전직 국회의장들과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 등 원로들이 참석해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직으로는 정세균 의장·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을 비롯해 여야 지도부 등이 동석했다.
원로들은 현행 대통령제가 궁극적으로 한국 정치 문화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법부의 인사권까지 독점하는 점 등을 들어 삼권분립 원칙과 모순될 뿐더러 나아가 국민들의 정치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우려했다.
김형오 전 의장은 “대통령 자신이 입법해 제정할 수 있으며 국회는 심의만 한다”며 “자신을 감찰할 공무원도 직접 임명한다”는 점을 들어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이 삼권분립 원칙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원기 전 의장은 “(현재 권력구조에서는)어떻게 하면 권력을 차지하느냐가 정치권의 최고의 관심”이라며 “국회에서도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거하기 위한 전투적인 정치가 계속되므로 정치의 부분적인 개혁에도 국민들의 눈에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아 정치 불신이 가중된다”는 악순환을 꼬집었다.
최근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다. 30년 전 제정된 헌법이 다원화된 현재 사회모습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지적에서다. 작년 유례없는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 사태를 거치며 개헌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더욱 단단해졌다. 실제로 국회의장실에서 제헌절을 앞두고 실시한 개헌 찬반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10명중 7명이 개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도 내년 지방선거에 개헌 국민투표를 약속하면서 개헌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금이 ‘낡은 헌법을 고칠 적기’라는 것이다. 이미 국회는 여야 30명으로 구성된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 특위)를 운영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정세균 의장은 구체적인 ‘개헌 로드맵’도 제시했다. 연말까지 개헌특위의 개헌안을 확정한 뒤 내년 지방선거에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계획이다.
세부적인 권력구조에 대해서는 원로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김형오 전 의장은 “이원집정부제에서 내치·외치를 나누는 발상은 효율적이지도 않고 성공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으며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두자는 발상 역시 임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은 ‘지방분권’이 꼭 개헌 내용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대통령제가 독재로 흐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연방제’가 꼽힌다”며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중앙 권력을 낮출 수 있다”고 지방 분권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선거제도에 대한 개편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임채정 전 의장은 개헌과 함께 선거제도의 개편이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제도 개편이 함께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칫 개헌이 개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관용 전 의장은 “총선과 대선 주기가 맞지 않아 국정혼란이 많이 생긴다”고 지적하며 총선과 대선 주기를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