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병자호란 종전 380주년이 되는 해다. 정묘호란이나 병자호란은 임진왜란에 비해 주목도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한반도와 북핵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등 열강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일면서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역사적 사건이 됐다.
병자호란은 중국 대륙의 명·청 교체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양대 강국 사이에 낀 조선이 대륙 정세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전화에 휩싸였던 전쟁이다. 이번 기획전은 380년 전 역사적 상황을 살펴봄으로써 패전한 전쟁에서 교훈을 얻고 국방의 중요성과 호국안보공동체 의미를 조명하기 위해 병자호란을 주제로 잡았다.
전시회는 크게 ‘조선의 산하, 전운이 감돌다’, ‘뒤바뀐 천하, 병자호란’, ‘북벌과 부국강병의 꿈’, ‘병자호란을 돌아보다’ 라는 4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전쟁기념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은 물론 국립중앙박물관, 경기도박물관, 당진 충장사, 만해기념관 등 다양한 기관에서 모은 관련 유물 92점이 한자리에 선보인다.
안주성 전투의 영웅인 남이흥 장군의 ‘녹피방령포’, 백마산성을 지킨 임경업 장군의 ‘추련도’,남한산성 수어사로 분전한 이시백 장군의 ‘초상화’, ‘비격진천뢰’, ‘승자총통’, ‘각궁’, ‘오달제 묵매도’ 등 다양한 유물이 그래픽, 영상, 패널 설명 등과 함께 전시된다. 특히 기념관 소장 유물인 병자호란 당시의 나만갑 선생이 기록한 난중일기 ‘병자록’과 송시열 선생이 병자호란 때 척화론을 주장하다가 순절한 3인(홍익한, 오달제, 윤집)의 약전과 언행을 기록한 ‘삼학사전’도 전시돼 있어 눈여겨볼만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패전의 상흔으로 대변되는 ‘환향녀’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환향녀는 병자호란 직후 청나라로 끌려갔다 돌아온 여인을 말한다. 당시 청나라에 끌려간 포로 수는 5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노비, 군인, 몸종으로 혹독한 시절을 겪었다. 특히 여자들의 피해가 막심해 1637년 공식적으로 속환이 이뤄진 이후로도 많은 사람들의 핍박을 받으며 비참한 여생을 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란의 비극에 휘말렸던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오늘날 이와 같은 전쟁은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교훈과 메시지를 전해준다.
이 밖에도 어린이들을 위한 전시공간도 있다. 정묘·병자호란의 의미와 교훈을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상영’과 ‘남한산성 퍼즐맞추기’, 호란의 위기 속에서 조선을 지킨 인물들을 전투와 연결시켜 보는 ‘열어보는 패널’ 등의 체험코너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