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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도시바(東芝)의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매각 2차 입찰이 19일 마감됐다. 도시바는 2차 입찰 후 후보군을 2곳으로 압축하고 이를 대상으로 내달 3차 입찰을 실시할 전망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보도를 통해 미국 반도체회사 브로드컴과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2파전을 점쳤다. SK하이닉스-베인캐피털 연합도 도시바 경영진이 인수에 참여하는 MBO(management buy out) 방식을 제안하며 다크호스로 지목받았지만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브로드컴은 인수 가격에서 우위다. 2조2000억엔(약 22조3000억원)을 써냈다. 여기에 도시바메모리의 강점인 낸드플래시 사업부문이 없는 만큼 미국이나 유럽의 독과점 규제에서도 자유롭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KKR이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INCJ)와 손잡은 이른바 ‘미·일 컨소시엄’은 제시 금액은 1조8000억엔(약 18조2000억원)으로 브로드컴보다 적다. 그러나 일본 정부 자본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강력한 후보군이다. 매쿼리 그룹의 다미안 통 애널리스트는 “비용보다는 어느 곳이 됐든 INCJ가 함께하기로 한 곳, 즉 일본 정부의 결정이 승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SK하이닉스(낸드플래시 세계 3위)-베인캐피털 연합과 타이완 훙하이정밀공업(鴻海·폭스콘)도 인수에 관심을 내비치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한국 경쟁사나 중국계 자본에 넘어가기를 바라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낮다고 봤다. 그러나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은 이날 베인캐피탈이 도시바 경영진도 참여하는 MBO(management buy out) 방식을 제안하며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한 발 뒤로 빠지며 일본 정부의 우려를 줄이고 각국 독과점 규제도 피한다는 구상이다.
훙하이도 궈타이밍(郭台銘) 최고경영자(CEO)이 앞서 말한대로 미 디스플레이 패널 공장 건설에 70억달러(약 7조9000억원) 투자 계획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금력은 충분하지만 일본 정부의 호감이나 명분에서 떨어진다는 단점을 일본의 최우방인 미국을 우군으로 만들어 만회하려는 의도도 담겼다는 게 외신의 분석이다.
협력 관계인 자신을 뺀 매각 작업은 부당하다고 제소하며 이번 인수 절차에 발목을 잡고 있는 미국 웨스턴디지털도 또 다른 변수다. 제소와는 별개로 KKR 컨소시엄에 참여할 가능성과 독자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 애플 역시 입찰기업을 통한 투자를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