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참여연대가 한전을 상대로 제출한 ‘한전의 불공정한 전기요금 부과 체계에 대한 신고서’를 접수했다. 참여연대는 한전이 적용 중인 누진제가 독점적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소비자 이익을 저해하고 가격 차별을 한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라고 신고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차별적 취급 행위인지 따져볼 여지가 있다”며 “신고 내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고서에 따르면 참여연대는 한전이 주거용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만 일방적으로 과다하게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봤다. 국내 누진율이 11.7배로 일본(1.3~1.5배), 이탈리아(2.7배), 프랑스(없음) 등 OECD 주요 국가와 비교해 부당한 수준이라는 게 참여연대 입장이다.
이 결과 다른 나라와 비교해 실제 국내 전기료가 해외보다 저렴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단독·다세대 주택에 적용되는 전기요금(저압)이 아파트에 적용되는 전기요금(고압)보다 비싼 편이어서 같은 주택용 요금제에서도 차별적인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누진제가 얼마나 과도하게 부당한지 여부가 위법성 여부를 가르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참여연대는 누진제가 “소비자의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공정거래법 3조2 1항 5호)”, “거래의 상대방을 차별해 현저하게 불리하게 거래하는 가격차별 행위(23조 1항 1호 관련)”라고 보고 있다.
반면 한전은 과도한 소비자 불이익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전이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국내 주택용 전기요금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약 58%(2014년 기준)에 불과해 오히려 저렴하다고 주장했다. 또 한전은 현행 누진제를 규정한 전기공급 약관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인가를 받았고 전력 수요의 조절,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 재화의 적절한 배분 등 전력 공급의 공익성과 수익자부담 원칙의 실현 취지가 있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법원은 누진제 소송에서 한전 손을 들어줬지만 현행 누진율이 소비자들에게 부당하게 불리한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8단독(정우석 판사)는 “총괄원가가 얼마이고 어떻게 산정되었는지 알 수 없다”며 “수인한도(受忍限度·피해의 정도에서 참을 수 있는 한도)에 어긋났는지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판결 이후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줬는지 판단도 하지 않고 누진제 합법을 선언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번에 시민단체가 공정위에 신고를 하게 됐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누진제 1심 기각 판결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판결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며 “공정위는 신속히 조사해 한전 누진제 관련한 행정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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