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조선, 해운 등 부실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증가에도 국내 은행권의 신용등급은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자산 건전성에 대한 압박은 계속되겠지만 채무상환 능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라이언 창 S&P 한·중 금융기관 신용평가 본부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구조조정으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자산 건전성 압박은 계속되겠지만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신용등급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조선·해운사들이 많은 부산, 경남지역 경기도 구조조정으로 인해 크게 위축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부산은행이나 경남은행의 신용도에도 별다른 영향은 없으리라는 것. 라이언 창 본부장은 “조선·해운업이 나빠졌긴 하지만 서비스업 등 다른 내수업종이 이를 상쇄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고 본다”며 “종합적으로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겠지만 성장성 압박이 길어지게 되면 지역 경제에는 잠재적인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금리 환경이나 늘어나는 가계부채도 아직까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10%에서 140%로 늘어나는 등 위험 요인도 있지만 규제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 상환 능력을 엄격히 심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고 있어 이 같은 위험 요인을 상쇄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계부채는 앞으로 경제가 성장하면서 현재 수준보다 더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경제 성장 속도 대비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비교해 가면서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시장에선 한국씨티은행, 한국스탠더드차타드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이 국내 시중은행에 비해 지점 수 등 영업 규모 면에서 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 같은 환경이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봤다.
라이언 창 본부장은 “외국계 은행은 우리나라의 영업환경보다는 그룹 차원의 지원가능성이 반영되기 때문에 씨티그룹이나 SC그룹의 신용도가 긍정적이니까 한국 자회사도 긍정적으로 부여하고 있다”며 “물론 실적이 눈에 띄게 나빠진다면 최종 등급이 하락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초대형 투자은행(IB) 설립 등 국내 증권사들의 재편 움직임은 증권사 신용도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고 봤다. 현재 증권사들이 시장점유율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수수료 경쟁밖에 없는데 증권사간 활발한 인수합병(M&A)로 시장재편이 이뤄지면 가격경쟁도 안정화되고 영업 환경도 나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인수비용이 들어감에 따른 자본의 유출이 있을 수도 있고 고위험 IB 영업이 확대됨에 따른 위험은 있을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