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기업의 리스크를 평가할 때 가장 많이 인용하는 지표는 부채비율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계산이 쉬고 비교하기 편하다는 특성 덕분에 직관적인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특성은 역설적으로 기업의 본질을 가리기도 한다. 200%의 부채비율이라도 차입 구조가 어떻게 구성돼 있고 실질적으로 재무 상태에 미치는 영향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한 기업은 시중은행으로부터 장기 저리로 안정적인 대출을 받았고 다른 기업은 만기 1년짜리 비우량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했다면 둘의 위험도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이자율과 상환 구조, 금융기관과의 관계, 조달 안정성 측면에서 현격히 차이 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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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부채 역시 운항기 리스와 이연수익 및 충당부채, 기타 유동성 부채 등 영업활동과 밀접한 구조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 자금난이나 신용위험으로 직결될 수 있는 고위험성 부채는 제한적인 셈이다.
반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가 차입금에 다수 포함돼 있는 건설사의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다면 의미는 달라진다. 실제 대한항공과 비슷한 부채비율(205%)을 기록 중인 모 건설사의 경우 전체 부채 5조8588억원 중 3조6345억원이 PF 대출이다. PF 대출은 사업 부진 시 원리금 상환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어 재무위험의 성격이 전혀 다르다.
최근 웅진이 인수한 프리드라이프 역시 부채비율만 보면 1000%를 넘는다. 숫자만 보면 고위험 기업으로 보일 수 있다. 이는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한 웅진의 재무부담을 더욱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던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프리드라이프의 부채 2조6688억원 중 2조5607억원은 고객이 납입한 부금 선수금이다. 회계상 부채로 잡히지만 실제로는 상조서비스 제공 의무에 따른 계약상 채무다. 즉 상조업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일 뿐 재무위험으로 해석하긴 어렵다.
경기침체와 불확실성 확대로 시장의 유동성이 마르기 시작하면 조달 비용이 높고 구조가 불안정한 기업부터 흔들린다. 숫자로는 ‘비슷해 보이는’ 기업들 사이에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평가가 표면에 드러난 수치에만 의존하고 있다. ‘부채가 몇 %냐’보다 ‘어디서 어떻게 조달했느냐’를 묻는 경우가 많지 않다. 시장에 나와 있는 많은 리포트를 보더라도 부채 구조를 질적으로 분석해 리스크를 판단하려는 시도가 많지 않다.
이제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부채비율이라는 단순화된 지표만 볼 것이 아니라 자금 구조와 조달처, 상환 조건 등을 함께 들여다보는 정밀한 분석이 절실하다. 부채도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숫자가 아니라 구조를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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