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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오희나 기자] 15일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수장이 고개를 숙였다. 1993년 도입된 수능 30년 역사에서 이번까지 아홉번째 출제 오류다. 강태중 평가원장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지만 국내 대표 평가기관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수능 출제 오류로 평가원이 법정까지 간 가장 최근 사태는 2014학년도 수능이다. 당시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에서 평가원은 ‘유럽연합권(EU)의 총생산이 북미자유무역협정권(NAFTA)보다 규모가 크다’는 항목을 정답 중 하나로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NAFTA의 총생산액이 EU보다 크다는 사실이 제기돼 법원은 수험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출제 과정에서 통계 수치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오류다.
다만 당시에는 법원 선고까지 1년이 넘게 걸리면서 수험생들의 피해가 컸다. 재산정된 성적으로 재입학·편입대상에 포함된 학생은 당시 오답 처리된 1만8884명 중 629명(3.3%)에 불과했다.책임자 징계도 당시 출제부위원장에 대한 경징계만 이뤄졌고, 최종 책임자였던 평가원장에 대해서는 징계가 이뤄지지 않아 솜방망이 처분에 그쳤다.
2015학년도 수능에서는 영어 영역 25번이 모두 복수 정답 처리됐다. 특히 영어 25번 문항은 2%에서 20%로 18%포인트 늘어난 것을 ‘18% 증가했다’고 표기해 논란이 됐다. 문제를 푸는데 영향을 주지 않았어도 이의신청과정에서 이를 수용해 사태가 커지지 않았다. 생명체의 개체수가 마이너스(-)가 나올 수 없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논란을 키운 올해와 대비되는 사례다. 올해처럼 법원이 정답효력을 정지시키는 가처분 결정을 내린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밖에도 평가원은 △2004학년도 국어 17번 △2008년도 물리Ⅱ 11번 △2010학년도 지구과학Ⅰ 19번 △2015학년도 생명과학Ⅱ 8번 △2017학년도 한국사 14번·물리Ⅱ 9번 등 올해까지 총 9번의 출제오류를 겪었다. 수능 출제 30년 동안 약 3년에 한번씩 출제과정에서 오류를 범한 셈이다.
김동영 평가원 수능본부장은 과학탐구에서 오류가 많이 나오는 점에 대해 “과학이란 학문적 특성상 최첨단의학술적 결과와 학생들이 배우는 문항 간 시간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