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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사업 초기 핵심 인물인 이모(52)씨가 경기도 한 재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대장동 개발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도의 공공개발을 막기 위해 전방위적 로비를 위해 수십억원의 뇌물을 뿌려 감옥까지 갔다 온 인물이다. 이런 인물이 출소 후 또 다른 개발사업을 버젓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30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경기도 한 재개발사업 공동시행사인 A사 회장은 2009년 대장동 개발 초기 당시 민간개발을 추진했던 씨세븐·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이후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 대표 이씨와 동일 인물이다. A사 등기부등본을 보면 이씨는 2018년 8월 5일 사내이사로 취임했고, 현재는 대외적으로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출소 직후 다시 재개발 시행사 경영 일선에
이씨는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 복마전의 주역이다. 그는 2009년 6월 씨세븐을 통해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와 민간개발을 위한 시행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한달 뒤인 2009년 7월 LH가 성남시에 수용방식의 도시개발구역 지정(공공개발) 제안서를 제출하고, 같은 해 10월 성남시가 이를 수용하며 민간개발은 무산 위기에 처했다.
이씨는 성남시의 민간개발 제안서 반려에도 불구하고 대장동 일대 토지와 빌라 등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또 그는 자신이 대표로 있던 씨세븐,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 실소유했던 나인하우스를 통해 11개 저축은행으로부터 총 1805억원의 브릿지자금을 대출받았다. 이 자금은 LH를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자진철수 시켜 민간개발로 전환되도록 국회, 성남시, LH를 상대로 한 로비에 사용됐다.
현 대장동 개발 의혹의 당사자인 남욱 변호사와의 만남도 이 과정에서 이뤄졌다. 이씨는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남 변호사를 통해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의원 보좌관에게 로비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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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LH·금융권에 전방위 뇌물 살포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남 변호사에게 알선 명목으로 15억원을 주기로 약속하고 그중 실제 8억 30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법원은 “건네진 돈 중 5억 3000만원은 현금화를 위해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고 나머지 3억원도 변호사 비용일 가능성이 있다”고 이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 변호사 외 다른 인사들에게도 금품을 건넸다. 성남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던 신영수 전 한나라당 의원의 친동생으로서 지역에서 민원 담당 ‘특별보좌관’으로 활동한 신모씨는 이씨에게 청탁 대가로 2억원을 받았다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씨는 후임 시행사 대표인 김모씨를 통해 당시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1억원을 건넸다가 이틀 뒤 반환받기도 했다.
LH에 대한 직접 로비를 위해 LH 출신 인사들에게 막대한 자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LH 도시재생본부 상임이사였던 윤모씨는 이씨에게 LH와 성남시에 공공개발 철회를 위한 영향력을 행사해주겠다는 명목으로 35억원을 요구해 실제 13억 8000만원을 수수했다가 적발돼 징역 3년과 뇌물액 전액을 추징받았다.
이씨는 이 같은 전방위적 로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 자금을 이용했고 이중 19억 900만원에 대해 횡령 혐의를 유죄가 인정됐다. 그는 아울러 자신의 회사였던 씨세븐에 대출을 해준 대가로 사례금을 요구한 한 저축은행 지점장에게 50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1심은 이씨에게 징역 3년과 2억 5000만원을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씨 범죄는 공무집행의 엄격성과 청렴성, 대출업무의 공정성과 불가매수성을 크게 훼손시키는 범죄”라며 “이씨가 공여하고자 한 돈의 규모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아 잘못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와 상고를 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2015년 7월 구속기소됐던 이씨는 2018년 7월 출소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출소 한 달만에 재개발 공동시행사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을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개발사업 관련 비리 전과자가 다시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수십억의 회삿돈을 횡령에 뇌물을 뿌리며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도 아무런 제약없이 또 다시 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것이 대장동 개발비리와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