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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일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2019년 4월 취임한 지 1년 9개월여(654일)만이다. 그동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던 그였다. 특히 코로나19 피해에 따른 버팀목자금 지급, 백신용 주사 확보까지 주무부처 수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으로 소임에 임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4월 치러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상황이 어렵다’며 출마를 요구하던 당의 구애가 계속됐고, 박 장관은 장고를 거듭하다 ‘더 품이 큰 민주당으로서 국민께 다가가겠다’며 스스로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소상공인·중소기업·대기업 상생정책 펼쳐
박 장관은 취임 이후 행보는 ‘Of the 자영업자, By the 소상공인, For the 중소기업’ 한 줄로 요약된다. 그만큼 이들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각별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관가 안팎에서는 그동안 대기업에 비해 위상이나 존재감이 낮았던 이들이 이전보다 묵직해졌다는 평이 많다. 단편적으로 주무부처인 중기부만 놓고 봐도 ‘형을 능가한 아우’라는 말이 들릴 정도로 ‘모(母)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보다 규모가 커졌다. 올해 예산의 경우 중기부는 16조 8000억원으로 산업부(11조 1860억원)보다 많다. 이러한 공적에 중기부 공무원노조마저 박 장관에게 “오래오래 중기부 장관으로 있어달라”며 출마를 적극적으로 말릴 정도였다.
특히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당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발 빠른 지원에 나선 것도 후한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2차에 이어 올해 초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 유례없는 빠른 속도로 자금을 집행했다. 사전에 지원 대상자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신청 절차 간소화 등의 준비를 거쳐 신청 3~4시간 만에 현금을 지급한 것이다. 단 3일만에 1차 지급 대상자의 85%에 지급을 완료했을 정도다. 여기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온라인 쇼핑몰 입점’ ,‘라이브커머스 지원’ 등 온라인 판로 확대에도 조력했다.
특히 박 장관은 4선(17·18·19·20대) 국회의원을 역임하면서 쌓은 ‘재벌 저격수’라는 이미지 벗고 대기업과의 상생 정책에도 적극 나섰다. 박영선표 ‘1호 정책’으로 꼽히는 ‘자상한기업’(자발적 상생·협력기업)이 대표적이다. 대기업이 가진 기술과 인프라를 소상공인·중소기업과 공유하는 이 제도에는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특히 이 정책은 중기부의 역점 정책인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과 맞물려 백신용 주사기 확보에도 빛을 발했다.
박 장관은 국내 주사기 제조업체인 풍림파마텍을 찾아 삼성전자와의 ‘상생형 스마트공장’ 등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발 빠르게 투입했다. 그 결과 풍림파마텍은 한 달 만에 기존 생산계획(월 400만개)보다 2.5배 늘어난 월 1000만 개 이상의 주사기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공장으로 거듭났다. 백신용 주사기 확보는 박 장관이 출마를 주저했을 정도로 급박한 현안이었던데, 이번에 주사기 확보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조금은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됐다는 분석이다.
또 2019년 취임 그해 벤처투자 사상 ‘첫 4조원 돌파’라는 기념비와 함께 ‘정규직 80만 시대’도 열었다. 박 장관은 부임 직후부터 벤처 육성정책에 집중하면서 그해 벤처 투자실적 4조원 이상(4조 277억원)을 기록, ‘제2 벤처 붐’을 일으켰다. 특히 벤처기업들은 같은 해 11만 7000명의 인력을 새로 뽑아 정규직 종사자수가 총 80만 4000명이 되는데 조력했다. 신규 채용만 놓고 봐도 4대 대기업(삼성·현대차·SK·LG)보다 5.6배 많은 수준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기업 정책의 무게중심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으로 이동하면서 박 장관의 정책 추진에도 힘이 실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세계 속에서 ‘벤처 4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 육성책도 가동했다. 이른바 ‘K-유니콘 프로젝트’다. 벤처·스타트업 성장 주기에 맞춰 ‘아기→예비→K-유니콘’으로 이어지는 투자·보증 시스템을 갖춰 2022년까지 유니콘 20개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박 장관은 지난 19일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올해 코스피 3000, 코스닥 1000 시대가 왔다”며 “장관 취임 당시 코스닥은 500이었는데, 혁신벤처·스타트업이 주역이 되면서 이러한 수치를 열게 됐다”고 평가했다.
◇프로토콜 경제·소상공인 구독경제 구축
다만 박 장관이 이번에 사임하면서 올해 추진하려 했던 ‘소상공인 구독경제 생태계 조성’과 ‘프로토콜 경제기반 마련’은 이제 후임 장관의 숙제로 남게 됐다. 프로토콜 경제란 시장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일정한 규칙(프로토콜)을 만들어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경제를 말한다. 여러 대상을 한 곳으로 모으는 플랫폼과는 대비돼 불공정, 독점화를 방지할 수 있는 차세대 경제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중기부 한 관계자는 “앞으로 구체적인 계획안 수립은 신임 장관의 몫이 될 것”이라며 “또 이미 관련 사업 예산도 확보해둔 상태여서 세부 계획안만 나온다면 추진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선은...△1960년 경남 창녕 출생 △경희대, 서강대 언론대학원 졸업 △MBC 보도국 기자, 앵커 △제17·18·19·20대 국회의원 △열린우리당 대변인 △18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19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20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