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뉴욕증시에 고평가됐느냐를 두고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금융·경제개발연구소 카토인스티튜트의 앨런 레이놀즈 선임 연구원은 1일(현지시간) 내놓은 보고서에서 주식시장이 고평가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레이놀즈 연구원은 “주식시장 주가수익비율(PER)을 볼 때는 (다른 시장에 영향을 받지 않는) 진공 상태에 있는 것처럼 봐서는 안된다”며 PER과 정반대되는 성격의 지표인 10년만기 미국 국채수익률을 비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PER을 뒤집어 놓은 그래프와 국채수익률은 1970년 이후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식시장보다 채권시장이 앞서 움직이면 주식시장 동반 상승을 이끄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근거로 현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전체 PER은 11배 수준으로 최근 10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국채금리와 비교했을 때 너무 비싸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S&P500지수와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 45년간 평균 6.7% 수준으로 비슷했는데 현재 국채금리는 2.15%로 낮기 때문이다.
레이놀즈 연구원은 “이렇게 본다면 국채금리가 훨씬 더 고평가됐고, 지금 국채금리가 2.1%대라면 주식시장 PER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져도 된다”고 말했다.
또 금리 인상과 관련해 “너무 늦었다”며 “금리가 인상돼도 미국 기업의 수익에는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만큼 주식시장 PER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같은 분석에 대해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장기투자 신봉자인 제레미 시걸 와튼스쿨 교수도 동조 목소리를 냈다. 그는 뉴욕증시가 고평가 됐긴 하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 때문이라며 “낮은 금리가 지속되면 뉴욕증시 현 상황도 버블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반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뉴욕증시가 고평가됐다고 평가했다. 실러 교수는 개인이나 기관 투자자들의 주식시장 평가 기준을 나타내는 이른바 ‘평가신뢰’(valuation confidence)가 하향 추세라고 말했다.
실러 교수는 “평가신뢰가 2000년 닷컴버블 당시 주식시장이 최고점을 찍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그는 향후 6개월 전망에 대해 “내 유려는 시장이 현재 상승하고 있고 내년에 꽤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피할 수 없는 어려움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지난달 뉴욕증시가 고평가 됐다고 평가했다. 옐런 의장은 “현 시점에서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평가가 대체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다고 본다”며 “주식시장에서의 수익률을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 수익률과 비교하면 그리 높지 않겠지만 잠재적인 위험요소는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증시는 미국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기 시작한 2013년부터 역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압력과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