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안착하는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수상승을 노리고 레버리지 ETF에 투자했던 개인들이 차익실현하면서 이를 받아준 증권사들이 환매에 나섰고, 결국 프로그램 매물로 이어진 것이다.
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줄곧 프로그램 매도에 나서 1조1742억원 매도우위를 보였다. 특히 금융투자와 투신이 비차익 프로그램 매물을 쏟아내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각각 1조1039억원, 2148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처럼 금융투자와 투신이 비차익 프로그램 매물을 내놓자 일각에서는 일부 주가연계증권(ELS)이 손실구간에 들어가면서 종목별 매도물량이 나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프로그램 매도 트리거로 레버리지 ETF를 지목하고 있다.
현재 증시에 상장돼 있는 레버리지 ETF는 한국투신운용의 KINDEX, KB자산운용의 Kstar,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등 4개다. 이들 레버리지 ETF 설정액은 지난 1월 초만 해도 3조원을 웃돌았지만 이날 2조2700억원 수준까지 감소했다.
올초 지수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일 때 레버리지 ETF에 투자했던 개인들이 지수 상승을 차익실현 기회로 삼으면서 설정원본도 크게 줄어든 것이다. 문제는 개인이 레버리지 ETF를 팔면 이 ETF는 결국 유동성공급자인 증권사가 받아주는데 현재 증시가 보유하기 보다는 환매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만일 앞으로 ETF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거나 선물이 고평가된 상황이어서 ETF 헤지를 위해 선물을 매도할 때 추가 수익이 가능하다면 증권사들은 이 ETF를 보유한다. 하지만 선물이 저평가된 백워데이션 상황이라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없기 때문에 보유비용을 줄이기 위해 투신에 ETF 환매를 요청한다.
지난달 24일까지만 해도 선물이 고평가된 콘탱고 상태가 유지됐지만 25일 이후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낮은 백워데이션으로 접어들어 증권사의 환매 욕구를 자극했다.
증권이 투신에 레버리지 ETF 환매를 요청하면 투신은 ETF에 담아놨던 자산을 매도해야 한다. 레버리지 ETF는 코스피200지수 일간 변동률의 2배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코스피200지수 구성종목, 코스피200 ETF, 코스피200 선물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국고채, 통안채, 환매조건부증권(RP) 등도 일부 활용한다.
이중 바스켓으로 담아놨던 코스피200지수 종목을 매도하면 투신의 비차익 프로그램 매도로 나타나게 되는 것.
하지만 매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투신이 레버리지 ETF 포트폴리오에 담겨 있던 코스피200 ETF를 매도했을 경우에 레버리지 ETF와 똑같은 과정을 겪게 된다. 코스피200 ETF의 유동성 공급자 역시 증권사이기 때문이다. 결국 코스피200 ETF 환매도 비차익 프로그램 매도로 연결되는 것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개별종목들이 상승하면서 선물가격이 현물가격을 따라가지 못하는 백워데이션 상황이 발생했다”며 “ETF를 비차익거래를 통해 청산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레버리지 ETF 설정액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과거에는 지수 상승 구간에서 선물이 크게 고평가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증권이 ETF를 재고로 보유할 수 있었고, 설령 비차익 프로그램 순매도로 청산하더라도 외국인이 매수차익 거래에 나서면서 매물이 어느 정도 소화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수가 오를 때 선물 상승을 이끌었던 투기세력이 약해지면서 선물이 저평가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 정부가 파생상품시장 진입장벽을 높이고 규제를 강화한 영향이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예전처럼 선순환 구조가 재가동되려면 선물 투기세력을 활성화해 지수 상승 국면에서 선물이 충분히 고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