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주에 있어서 발생하는 인력유출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주에 국제학교 등 인프라를 강화하는 것도 방법으로 꼽혔다. 한편 국민연금의 롤모델로 종종 거론되는 캐나다 연금투자기관(CPPI)의 경우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모범 사례로 삼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 “기금운용본부 권한·책임 강화…보수체계 유연해야”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장기수익률 제고를 위한 기금운용체계 개편’을 주제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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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국민연금기금의 장기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현행 기금운용 체계를 목표지향적으로 바꾸고 △운용을 실제 집행하는 기금운용본부가 권한과 책임을 갖도록 의사결정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 연구위원은 장기수익률을 높이려면 위험을 분산한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체 수익률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어떤 자산군에 비중을 얼마나 넣을지 결정하는’ 전략적 자산배분(SAA)인 만큼 SAA를 잘하는 것이 결국 장기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국민연금은 SAA를 기금운용위원회가 맡고 있기 때문에, SAA 결과에 대해 평가를 받거나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그는 실제로 운용을 담당하는 기금운용본부가 책임지고 SAA도 담당해야 하고, 기금운용위원회는 안전자산·위험자산 비중을 정하는 등 기준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남 연구위원은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대체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이 작년 한 해 ‘마이너스(-) 8%’ 손실을 기록한 반면 국민연금보다 위험자산 비중이 높은 CPPI는 -5%로 손실이 더 적었으며, 그 원인은 대체투자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그는 국민연금이 우수 인력을 유치하려면 ‘지역적 한계’와 ‘보수체계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서울이 국내 대체투자의 현지처인 만큼 ‘서울사무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의 현지화 관점에서 보면 런던사무소, 뉴욕사무소와 마찬가지로 서울사무소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기금운용본부가 전주에 있어서 우수인력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이미 전주에 있는 본부를 다시 서울로 이전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인정했다. 다만 해외사무소를 확대 개편하면 본부가 전주에 있다는 점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인 만큼 해외 현지 사무소 중심의 인력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운용시장에서 전통자산·대체자산 인력의 몸값이 다른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보수체계를 좀 더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CIO 임기보장·독립성…서울사무소로 인력난 방지”
남 연구위원의 발표 후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선’ 및 ‘서울·해외사무소 강화’ 의견에 대해 동의했다.
우선 박영규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을 높이려면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회사 산하 자산운용사들이 별도 법인으로 독립돼 있는 것처럼, 기금운용본부도 하나의 자산운용사라고 간주해서 독립된 지배구조를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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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CIO에게 ‘임기 보장’ 및 ‘권한과 책임’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해외 연기금 CIO는 임기가 10년 이상인 경우가 많다”며 “국민연금 CIO도 최소 3년 이상의 임기와 그에 따른 임기 연장(최소 2년 또는 3년)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민연금 CIO의 급여 및 권한을 대형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도 원할 만한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민연금 해외사무소, 서울사무소를 키워서 외국인, 교포 등 글로벌한 인재들을 유치하고 국내 정보의 허브가 되는 서울에도 근무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금운용본부 운용역 중 30~40대 매니저들이 자녀교육 문제로 자꾸 이탈을 하는 만큼 수도권 거주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서 서울사무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전주에 상주 인구가 늘어나려면 전주에 국제중·고등학교 등 교육 인프라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에서 CIO가 나오는 사례가 나온다면 기금운용본부에 좋은 인력을 유지할 만한 인센티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기금운용위원회가 근로자·사용자·지역가입자단체 추천으로 대표성을 갖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일정 조건을 갖춘 전문가를 추천해서 자격 요건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주에 기금운용 전문가들이 정주할 수 있게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며 “해외 현지사무소 역량 강화도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특채 등 적극적 인재 영입…CPPI 무조건 추종 금물”
정삼영 한국대체투자연구원 원장도 “국민연금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동적 인재 채용이 아니라 국적·연령·성별 불문으로 채용하는 등 특채도 가능하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사무소 인력은 단순히 숫자를 늘리기보다 역량있는 인력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려면 이들을 ‘지원 인력’으로 볼 것이 아니라 별도의 장부(북)를 줘서 권한과 책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 원장은 국민연금이 민간에서 배울 점은 빠르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생명은 프랑스 인프라 투자 전문운용사 메리디암, 영국 종합부동산 그룹 세빌스에 지분투자하고 있다”며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은 헤지펀드 자산에 처음 진입할 때 미국 뉴욕에 있는 중견 헤지펀드 운용사를 통으로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피인수 업체의 인프라와 트랙 레코드(실적)를 한꺼번에 흡수해서 시행착오 기간을 줄이려는 목적”이라며 “국민연금도 의미 있게 고려해야 할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정 원장은 CPPI를 국민연금기금의 모범사례로 삼아야 하는지는 다소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CPPI는 투자기간, 법적 문제를 비롯한 여러 여건이 국민연금기금과 다르다”며 “CPPI를 너무 따라가려 하기보다 국민연금이 위치한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연금기금은 공적 연금인 만큼 민간 운용사와 유사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있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국민연금은 노후보장 기능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무척 약하다는 정치적 취약성이 있다”며 “이를 무시하고 일반적 펀드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운용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수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은 해외 연기금들 중 중간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며 “기금 운용의 한계 속에서도 적절한 수익과 적절한 자산배분을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