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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줄이면 금리가 3%대…'착한 대출' SLL이 뜬다

서대웅 기자I 2023.02.21 18:09:48

기업은행, 지속가능연계대출 국내 첫 도입
폐기물 감축 등 이행시 우대
공급 목표액 2배 이상 늘려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는 중소기업에 저리로 돈을 빌려주는 ‘지속가능성 연계대출(SLL)’이 주목을 받고 있다.

기업은행이 국내에 처음 선보인 ‘지속가능성 연계대출(SLL)’ 구조.(자료=기업은행)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024110)은 ‘ESG경영 성공지원대출’을 통해 지난 1년간 363개 기업에 1895억원을 취급했다. 지난해 2월 상품을 출시한 이후 올해 1월까지 공급한 규모다. 당초 2000억원을 취급할 계획이었지만 이용 중소기업이 늘어나면서 공급 목표액을 5000억원으로 늘렸다.

기은의 이 상품은 국내에 처음 도입된 SLL이다. 중소기업이 ESG를 실천하면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게 특징이다. 4일 기준 연 4.961~5.961%(대출금액 10억원·신용등급 BBB+ 기준)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ESG 이행 실적에 따라 최대 1%포인트 우대(감면)금리를 제공해 최저 연 3.961%를 책정한다. 동일인당 최대 10억원을 빌려준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지난달 보증기관 보증을 담보로 신규취급한 중소기업대출 가중평균금리가 연 5.20~5.67%인 점을 감안하면 금리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다. 특히 신용등급이 BB+ 이상인 기업부터 취급해 신용도가 낮은 기업도 은행에서 비교적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다.

SLL은 ‘착한 대출’로 불린다. 대출 조건이 전력 사용량 감축 등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쳐야 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에너지(전략) 사용량 △폐기물 배출량 △용수 사용량 △환경경영시스템 구축 △산업 안전보건 경영시스템 구축 △고충처리 절차 △장애인 고용률 △윤리강령 및 실천규범 △반부패 경영체계 구축 등 9가지 KPI 중 1개를 선택해 성과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현재 ESG 경영 수준이 높지 않은 중소기업이 대출받을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ESG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했는지가 공급 기준이기 때문이다. KPI 검증은 대한상공회의소가 담당해 심사 객관성을 높였다. 기은은 중소기업 정보를 대한상의로부터 제공받아 대출금리와 한도를 심사한다.

SLL을 취급하는 곳은 현재까진 기업은행이 유일하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출 시장에서 SLL 취급은 늘어날 전망이다. 시중은행 중에선 국민은행이 처음으로 SLL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시스템 전산화 등 관련 제반 시설을 갖춰 연내 상품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도 SLL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여신전문금융업계 여신 담당자를 대상으로 ESG 세미나를 열고 기업은행의 SLL을 소개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담당 직원이 직접 소개한다. 향후 여전업권에서도 업계 특성을 고려한 SLL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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