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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여'혐의 임성근, 무죄 확정…위헌 논란도 벗었다

한광범 기자I 2022.04.28 15:29:27

대법 "재판 관여, 월권이지만 위법 아니다" 판단
''위헌도 아니다'' 2심 판단 유지…위헌 굴레 탈피
임성근 "대법 경의…변호사로서 사회에 봉사할것"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지난해 8월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후배 법관들의 재판에 관여해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소추까지 당했던 임종헌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28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이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재직 시절인 2014~2015년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공모해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허위 칼럼을 작성해 기소됐던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당시 재판장에게 “기사가 허위라는 점이 확인되면 밝혀달라”거나 판결 선고 구술내용을 미리 받아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2015년 8월 체포치상죄로 기소된 민변 변호사들 사건과 관련해 판결 선고 직후 논란이 될 만한 표현 수정을 요청했고, 2016년 1월 프로야구 선수들 도박 약식명령 사건에서 담당 판사에게 “정식재판 회부에 대해 주변 의견을 더 들어보라”고 요구했다.

◇민주, 1심 ‘위헌’ 판단 근거로 탄핵소추…결국 각하

앞서 1심과 2심 모두 “재판 관여행위로서 다소 부적절하다”면서도 이는 ‘월권행위’에 해당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임 전 부장판사가 애초 재판에 개입할 직권이 없는 만큼 남용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이었다. 요구 이후 재판부들이 합법절차를 거쳤다는 점을 근거로 의사결정 관여도 인정하지 않았다.

관심을 끈 ‘헌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위헌이 아니다”는 2심 판단을 유지했다. 앞서 1심은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법관독립을 침해한 위헌”라고 판단했다. 1심 판단은 민주당의 헌정사상 첫 탄핵소추 근거로 작용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해 10월 탄핵심판 사건에서 이미 퇴직한 신분이라는 점을 이유로 본안 판단 없이 각하 결정했다.

이번 판단으로 국회의 탄핵 추진을 이유로 임 전 부장판사 사표 수리를 거부했던 김명수 대법원장으로선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2020년 5월 사표 수리를 요청하는 임 전 부장판사에게 “그냥 수리해 버리면 (국회가) 탄핵 얘기를 못 한다. (정치권이) 탄핵하자고 설치는데 수리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길 듣겠냐”고 발언한 사실이 드러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대화녹음 공개로 김명수 대법원장 신뢰 치명타

당초 이 같은 발언 사실을 부인하던 김 대법원장은 임 전 부장판사의 녹음파일 공개로 ‘거짓말’ 논란까지 더해져 대법원장 권위에 치명상을 입었다.

다만 대법원 판단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선 이번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임 전 부장판사 탄핵을 주도했던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애초에 재판에 불법 개입할 권한이 없기에 무죄’라는 궤변을 대법원이 인정했다”며 맹비난했다.

이번 판결로 사법농단 혐의로 기소된 14명의 전·현직 법관 중 무죄가 확정된 경우는 6명으로 늘었다. 3년 넘게 1심 재판 중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4명을 제외하고 이민걸·이규진 전 부장판사만 1·2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임 전 부장판사는 무죄 판결에 대해 “법리에 따른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대법원에 경의를 표한다”며 “앞으로 변호사로서 사법에 대한 신뢰 제고에 이바지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난 1월 법무법인 해광 대표변호사로 새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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