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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 유출 '내로남불' 추미애 박범계…법조계 "징계? 규정 자체가 잘못"

남궁민관 기자I 2021.05.20 18:04:20

이성윤 공소장 유출 관련 朴·秋 연일 검찰 저격에
"피의사실 아닌 공소사실, 국민 알 권리 있는데" 비판
"범죄자 얼굴 공개되는데, 권력자 공소사실은 왜"
관련 규정 제정 배경에도 "의도 자체 순수하지 않아"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 유출 사태와 관련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추미애 전 장관이 연일 검찰을 저격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선 일반 범죄자의 경우 기본적인 신상정보는 물론 얼굴까지 낱낱이 공개하는 마당에 권력자들의 범죄사실에 대해선 일부 규정을 토대로 아예 공개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특히 전·현직 법무부 장관들이 유출자 색출, 징계 운운하며 공소장 유출사태를 정쟁으로 모는 건 결국 이 지검장을 기소한 검찰 수사팀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책략이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0일 오전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지난 17일 검찰총장 직무대행 조남관 차장검사의 지시에 따라 감찰1·3과와 정보통신과가 나서 이 지검장의 공소장 유출 진상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와중에 박범계 장관과 추미애 전 장관 등 전·현직 법무부 장관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연일 유출자 색출과 징계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추 전 장관은 “검찰은 그 동안 재판도 받기 전에 일방적 주장에 불과한 공소사실을 언론에 흘려 유죄의 예단과 편견으로 회복할 수 없는 사법피해자를 만들어왔다”며 “이 지검장 공소장 불법유출도 그런 야만적 반헌법적 작태를 그대로 반복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시절 국민의 알 권리를 이유로 최서원(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일일이 수사상황을 생중계하다시피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박 장관은 “마지막 선을 넘는 행위를 경계해야 한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법무부는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17조 4항(공소장은 법령에 의해 허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교부하는 등으로 공개해서는 안된다)에 따라 유출자를 징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훈령은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 당시 제정됐다.

반면 법조계에선 “공소사실은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재판을 전제로 한 것이고 국민의 알 권리까지 고려한다면, 이같은 훈령 위반으로 징계까지 하는 건 무리”라고 지적한다. 특히 이번에 유출된 공소장은 전문이 아닌 범죄사실 위주로 정리된 편집본이라는 점에서 규정이 정한 ‘공소장 유출’로 볼 수 있느냐는 다툼이 있다고 분석한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떻게 보면 중대 범죄자들도 힘 없는 사람들인데, 그들의 얼굴은 공개하면서 권력형 범죄로 수사 받고 기소된 사람의 인권은 보호하겠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현직 법무부 장관의 언행과 관련해선 “훈령 위반으로 징계를 하겠다는 것 역시 내부적으로 처리하면 될 일이지, 전 국민이 알도록 떠들석하게 진행해 사회적·정치적 의제로 만들 이유는 없다”고 비판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이번 훈령의 도입 취지나 의도 자체가 순수하지 않다는 회의적 시각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더군다나 오랜 기간 동안 공적사안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국회를 통해 공소장이 공개돼 왔는데 갑자기 공개하지 못하게 한 이유는 무엇인지 충분한 설명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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