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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은 강 장관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5일 논평에서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주무 부처인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요트 구매와 여행 목적으로 버젓이 미국으로 출국하는 장면이 포착됐다”면서 “코로나19 재확산 방지에 적극 협조하기 위해 가족과의 이동과 만남을 자제하고 성묘마저 하지 못한 국민들은 추석 연휴 들려온 소식에 또다시 허탈감과 분노를 느껴야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일 미국으로 출국한 이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미국에서 요트를 구매한 뒤 요트를 타고 미국 연안과 카리브해 등을 방문할 계획 등을 공개했다. 그는 미국으로 출국하며 취재진에 “코로나가 하루 이틀 안에 없어질 것이 아니잖나. 만날 집만 지키고 있을 수는 없다”면서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그것을 양보해야 하느냐”고 말해 공분을 샀다.
과거 강 장관은 “사생활이 절대적 권리가 아니다”라며 정부의 방역 조치에 비협조적인 일부의 행태를 비판한 바 있다. 강 장관의 사과에도 비판 여론은 식지 않고 있다.
김 대변인은 “강 장관의 말 한마디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며 “고통을 분담하는 국민들이 우습지 않다면 강 장관과 정부는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언행을 일치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권도 비판에 가세했다. 김남국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결혼식을 연기한 후배도 있고, 해외여행을 나중에 가겠다고 하는 친구들도 많다”며 “감염병 확산 걱정 때문에 조금씩 인내하고 있는데, 이런 개인의 일탈적 행동은 매우 부적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도 “강 장관 남편 일은 백번 이야기해도 부적절한 처신”이라면서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지금 상황에 카리브해 여행을 가겠다고 하는 것은 의식에 문제가 있다”고 혀를 찼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이날 상무위원회에서 이 교수를 향해 “모두의 안전을 위해 극도의 절제와 인내로 코로나19를 견뎌오신 국민들을 모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 교수의 행동에 대해 방역 관점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도 보였다.
◇ “국민들 방역 기준 조정할 필요 있어”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강 장관의 남편 같은 경우에는 이분이 취미가 요트인 건 알겠다. 예전에 재산 신고한 것을 보면 36억원을 신고하면서 2519만원짜리 요트를 넣었다”며 “그렇다면 이분이 가서 미국에서 격리하고 한국에 돌아와서 격리 기간을 잘 지킨다고 했을 때 이것이 크게 방역 관점에서 문제가 될 만한 일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정부가) 일반 국민들한테 너무나도 강한 기준을 설정해놓고 그것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이제는 기준 자체는 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는 현 정부 내각 관료 관계자들의 행태를 비꼬면서도 추 장관의 권력을 이용해 휴가를 연장한 의혹을 받는 서 일병과 개인의 의지로 출국한 이 교수의 논란을 연결 짓는 게 무리라는 뜻을 내비쳤다.
진 전 교수는 “서 일병(추 장관 아들) 후임은 이일병”이라며 “(나라가) 단 하루도 잠잠한 날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이 교수의 행동에 대해 “이건 개인의 사생활인데, 굳이 이런 것까지 따져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이번 일과 관련해 강 장관에게 책임과 거취를 묻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강 장관은 이날 언론 노출을 취소화하며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이날 오후 주한 쿠웨이트대사관 조문을 마친 뒤 복귀하는 길에 취재진을 만나 “이 교수도 굉장히 당황하고 있다”면서 “계속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거듭 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