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국내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박차

신민준 기자I 2020.08.03 15:57:05

삼성전자, 반도체 소재서 장비업체로 투자 확대
SK하이닉스, 납품대금 지급 확대·동반성장펀드도 운영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국내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전쟁이 심화되는 등 글로벌 시장 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직원(오른쪽)과 협력업체 이오테크닉스 직원(왼쪽)이 양사가 공동 개발한 반도체 레이저 설비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장비업체 두 곳에 1132억원 투자

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소재에서 장비업체 등으로 협력업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에스앤에스텍과 와이아이케이 두 곳에 각각 659억원(171만6111주·지분율 8%)과 473억원(960만1617주·지분율 13%) 총 1132억원의 투자를 진행했다. 두 업체 모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모든 신주가 삼성전자에 배정됐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두 업체가 반도체 관련 장비업체라는 점이다. 에스앤에스텍은 반도체용 블랭크 마스크 전문업체다. 블랭크 마스크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재료인 포토마스크의 원재료다. 와이아이케이는 반도체 검사장비가 주력 제품이다.

앞선 삼성전자의 협력사 지분투자는 2017년 말 반도체 소재 관련 업체인 솔브레인홀딩스(036830)(구 솔브레인)와 동진쎄미켐(005290)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두 업체에 556억원과 483억원을 투자했다. 솔브레인홀딩스는 불화수소 생산업체다. 동진쎄미켐은 반도체 포토레지스트(감광액)을 생산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지분 투자의 특징은 반도체 장비 관련 업체라는 점”이라며 “삼성전자가 국내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위해 협력사 투자 폭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297개 우수 협력사에 올해 상반기 인센티브 365억300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에는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업체)들이 자체 서버 없이도 언제 어디서나 칩을 설계할 수 있는 통합 클라우드 설계 플랫폼(SAFE-CDP)도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협력사와 동반성장을 통해 국내 반도체 전(全) 분야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K칩 시대’를 이끌겠다는 목표다.

◇SK하이닉스, 협력사 상생프로그램 확대 운영

SK하이닉스도 협력사 상생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5월부터 월 6000억원에 이르는 중소 협력사에 대한 납품 대금 지급을 월 3회에서 월 4회로 확대했다. 또 SK하이닉스가 운영하고 있는 동반성장 펀드 3000억원과 무이자 납품대금지원 펀드 700억원 등 협력사 상생펀드의 3700억원 중 남아있는 가용금액 1300억원을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협력사에게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기술혁신기업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기술 잠재력이 높은 업체들을 기술혁신기업으로 선정해 2년간 기술·금융·경영 등 다방면에 걸쳐 지원하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선정된 기업들과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이들 제품을 SK하이닉스 생산 라인에 실험적으로 적용해 성능을 평가해준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전쟁과 더불어 반도체 가격 하락, TSMC 등 경쟁업체의 선전, 일본의 추가 보복 조치 등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여건이 녹록지 않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업체 경쟁력 강화를 통해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보고서를 보면 정부지원이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하다고 나왔다”며 “업계노력뿐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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