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빅터 차 낙마, 美 대북 강경 기류 방증
차 석좌는 대북 강경파로 분류된다. 특히 학계에서는 ‘강경 매파’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끝내 주한 미 대사 자리에서 낙마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정책에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단면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차 석좌가 몸 담고 있는 CSIS는 공화당의 외교 정책을 생산하는 보수 성향의 외교 전문 싱크탱크다. 그는 지난 2002년 북한에 대해 ‘강경한 개입’을 구사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에 발탁돼 부시 전 대통령의 아시아 외교정책을 뒷받침했다. 6자 회담 차석 대표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한 노무현 정부 인사들과 의견 충돌을 자주 빚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
차 석좌의 낙마 이유에 대해 외신들은 북한에 제한적 타격을 가한다는 이른바 ‘코피’(bloody nose) 작전에 반기를 들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차 석좌는 내정 철회 소식 직후 워싱턴포스트지에 기고를 통해 “북한 핵시설에 대한 예방적 공격은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연시킬 뿐 위협을 막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코피’작전 실행가능성↑…北 보복 나설 경우 피해 막심
차 석좌가 반대한 미국의 코피 작전은 이른바 소규모 외과수술적 타격(minor surgical strike)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시설을 정밀 타격한다는 의미다. 미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대규모 선제타격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재량으로 실행할 수 있는 군사작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공화당원이지만 오바마 정부 시절 국방부 장관을 지낸 척 헤이글은 언론 인터뷰에서 코피 작전을 ‘도박(gmable)’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북미 간 핵 충돌이 벌어질 경우 미국의 승리를 예견하면서도 “아마 한국인과 미국인 수백만 명이 죽을 것이다.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이 공격을 받을 경우 군사적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북한은 핵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우리 국민 대다수와 남한에 거주하는 미국인을 살상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북한군의 장사정포는 수도권의 최대 위협이다. 북한은 현재 평양~원산 이남 지역에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를 배치해 수도권 지역에 대한 기습·대량 공격 태세를 갖추고 있다. 야포 8600여문, 방사포 5500여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신형 300mm 방사포도 실전배치 했다.
|
하지만 북한에 대한 무력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지낸 데니스 블레어는 최근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이 추가 도발 시 제한적인 보복 타격으로 즉각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도발은 태평양에서의 핵 실험과 미사일 실험, 특수부대요원의 공격 등이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스스로의 도발에 대한 보복을 인지하는 만큼 코피 작전에 따른 선제 타격이 한반도 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도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제한적 보복 타격에 동의한바 있다. 이와 관련, 폴 셀바 미 합참 차장은 지난 달 31일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군은 북핵 인프라스트럭처의 대부분을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코피 작전 명령이 떨어지면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