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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수익 강신우 기자] 여야가 30일 세월호특별법을 극적 타결한 직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법안 가결을 알리는 의사봉 두드리는 소리가 1분당 1번꼴로 울렸다.
이날 본회의에는 처리된 안건은 총 90개였고, 오후 7시40분부터 9시40분까지 2시간 동안 안건 1개를 처리하는데 평균 1분 30초가량이 걸렸다. 그러나 법안발의 취지와 내용을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이 설명해주는 ‘제안설명’ 시간 등을 제외하면, 실제 표결부터 가결까지 걸린 시간은 1건당 1분 안팎이었다.
통상 쟁점법안은 전자표결을 해도 찬·반토론이 진행되기도 하는 탓에 시간이 더 걸리지만, 이날 안건은 여야간 이견이 없어 형식적 표결과 의사봉만 두드리면 됐던 무(無)쟁점 안건들이었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찬반토론을 신청한 안건은 단 한 건도 없었고, 일부 안건들은 제안설명마저 생략하기도 했다. 표결 결과 ‘반대표’가 1표도 나오지 않은 안건이 전체의 90%인 81건에 달했다. 그나마 가장 반대표가 많이 나온 법안은 국립해양박물관을 법인으로 설립하는 내용을 담은 ‘국립해양박물관법’으로 반대표는 7표(재석 224명에 찬성 190명, 기권 27명)에 불과했다.
이날 통과된 법안 가운데는 단순 법 조항을 변경하는 안건도 49건에 달했다. 2013년 민법개정으로 ‘금치산자 제도’가 폐지되고 ‘성인후견인제도’가 도입되면서 해당 단어만 변경하는 법안이 11건, 국가인권위 권고안과 국회사무처 법제예규 기준에 따라 ‘벌금형을 징역 1년당 1000만원 비율로 조정’하는 단순 법정형(法定刑) 정비 법안이 38건이었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해킹 방지를 위해 정보보호 최고책임자의 겸직을 제한하고 위반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등은 주목된다. 카드정보유출 관련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인터넷을 통한 문자메시지 발송업무를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고, 불법행위에 사용된 전화번호 이용정지 근거를 마련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있다. 이들 법안은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후속조치 관련 법안이다.
아울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중대한 책임이 있는 자가 회생절차를 이용해 회사를 인수할 경우 법원이 회생계획을 인가하지 않도록 한 법안이다. 소위 ‘유병언식 기업재건’을 막는다는 취지가 있다.
이밖에 전기사업 허가 및 사업 양도·양수시 인허가 요건을 강화하는 법, DNA신원 확인 대상 범죄에 유사강간죄와 장애인 아동·청소년에 대한 간음죄를 추가하는 법, 군무원이 수뢰·뇌물제공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당연퇴직’토록 하는 법 등도 이날 가결된 법안이다. 일본 정부의 고노 담화 검증결과 발표와 아베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결정을 규탄하는 결의안 2건도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