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하지 않는다”며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협상이 장기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응하듯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결정에) 유연함은 없을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는 수밖에 없다”고 못 박았다. 대통령실은 러트닉의 발언 이후인 12일 “국익을 최우선으로 합리성·공정성을 벗어난 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양측 모두 교착 상태의 장기화를 감수하더라도 한미 관세협상 마무리 단계에서 최대한 유리한 결과를 이끌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다.
양국은 지난 7월 30일(현지시간) 새로운 무역협정에 큰 틀에서 합의한 바 있다.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의 직·간접 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한국에 부과 예정이던 25%의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자동차에 대한 품목관세율 역시 최종합의 후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그러나 3500억달러의 투자 방식 확정하는 데 있어 양측이 이견을 보이며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를 대부분 미국 주도권 아래 이뤄지는 직접 투자가 될 수 있도록 활약을 요구하는 반면, 한국은 이중 상당 부분을 직접적인 대미투자가 아니라 한국 기업의 대미투자 과정에서 이뤄지는 대출과 보증 한도 지원 등 간접투자 방식으로 진행하기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한국은 이와 달리 유럽연합(EU)의 합의 때처럼 기업 주도 투자에 정부가 일정 부분 지원하는 방식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양측이 현 입장을 고수한다면 기업 주도 직접투자와 정부의 간접지원 규모를 둘러싸고 서로 절충해야 한다.
김정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뉴욕에 입국해 러트닉 장관과 만나 협상 모멘텀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협상에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양국은 지난 8일(현지시간)에도 미국에서 실무대표단 간 미 협의를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의 요구대로) 대미투자를 미국이 전적으로 좌지우지한다면 외환·금융위기와 같은 우리 위험이 커질 수 있어 그대로 수용킨 어렵다”며 “한국은 투자 규모보다 조선업 등 투자 분야를 특정해 미국의 제조업·고용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는 식으로 바꾸려 할 텐데 이를 위해선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협상 장기화 땐 특히 대미 최대 수출품목인 자동차 산업의 큰 타격이 우려된다. EU와 일본은 이미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시점을 확정한 만큼 한국 자동차업계는 협상 타결 전까지 주요 경쟁국 대비 10%포인트 높은 관세율을 떠안은 채 현지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최근 불거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에서의 한국인 300여명 체포·구금 사태도 관세 협상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들은 전원 석방돼 12일 귀국했으나,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대미 투자기업에 대한 비자 쿼터 확대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미국 진출기업 대부분은 재발을 우려해 현지 사업을 ‘일시중지’한 상태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우리는 대미 투자기업의 비자 쿼터 확대 요청과 함께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를 풀어가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미국도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도 서두르지 말고 차분히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