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처음으로 20일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를 방문했다. 윤 전 총장이 가는 곳마다 보수층 지지자들이 대거 몰렸다. 그를 향한 열화와 같은 환호성이 현장을 갈 때마다 들렸으나, 다른 한 편에서는 보수 지지자들 간에 몸싸움을 벌이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 또한 연출됐다. 정권교체를 주도할 보수야권의 1순위 주자에 대한 기대감과 적폐청산 수사를 주도한 인사에 대한 반감이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대권고지를 넘기 위해 윤 전 총장이 반드시 풀어야 할 역설의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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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곳에는 윤 전 총장을 응원하는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국정농단으로 탄핵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 보이는 이들도 현장을 찾았다. 윤 전 총장이 오기도 전부터 두 세력 간에 언성이 높아졌고, 결국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충돌이 발생했다.
윤 전 총장이 도착하자, 일부 극성 지지자들이 그를 향해 달려들면서 주변에서 제지를 하기도 했다. 그의 지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극렬히 부르짖는 한편, 다른 군집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석방해달라”는 외침도 있었다. 이에 “윤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풀어줄 것이니 그만하라”고 응수하는 지지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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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총장이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원성을 듣는 이유는 분명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을 맡았던 그가 박 전 대통령의 장기 구속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박 전 대통령은 지병 치료차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모든 행사를 마치고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과거에 내가 처리한 일은 검사로서의 그 숙명에 속하는 문제”라며 “박 전 대통령을 아끼고 애정을 가지고 강력히 지지하는 분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거기서 빚어지는 나에 대한 말도 다 일리가 있다고 보고 일정 부분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야권의 대표 주자로 나서겠다는 윤 전 총장이 풀어야 할 난제다. 정치 초보인 윤 전 총장이 과연 정치력을 발휘해 친박 세력의 마음을 돌려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보수 진영 내에서 `윤석열 지지`를 둘러싼 갈등이다. 감정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윤 전 총장도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할 건가 상당히 고민을 해야할 것”이라며 “(정치력으로) 풀기 쉽지 않다. 국민의힘이 나서주는 게 제일 좋은데, 입당도 안 한 상황에서 나서줄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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