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국민 개인정보 '깜깜이' 취급 논란

정재훈 기자I 2020.05.07 16:15:19

5~7일 광릉숲둘레길 명칭공모 투표 진행
개인정보 요구에도 이용 목적·기한은 안밝혀
정보제공 동의하지 않으면 투표 참여 못해
道 "중복 막으려 정보요구한 것"·"단순 실수"

[의정부=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공공기관 조차 개인정보의 중요성을 이 정도로 생각하니 일반기업들은 어느 정도일까요.”

여러 금융권과 포털을 통해 개인정보 한번 안 털린 사람이 없을 정도이긴 하지만 공공기관에서 조차 이용 목적도 알리지 않은채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다. 경기도가 지난 3월부터 직영하기 시작한 광릉숲 생물권보전지역 관리센터가 진행하는 ‘둘레길 명칭 대국민 투표’에서 벌어진 일이다.

유네스코 광릉숲 생물권보전지역 둘레길을 걷는 탐방객들.(사진=정재훈기자)


7일 경기도에 따르면 광릉숲 생물권보전지역 관리센터는 지난 5일 오전 9시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홈페이지에서 광릉숲 생물권보전지역 둘레길 명칭을 정하기 위한 대국민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둘레길이 행정구역 상 남양주시에 위치한 봉선사 입구에서부터 포천시의 산림생산기술연구소까지, 2개 기초지방자치단체에 걸쳐 조성되면서 지난해에는 둘레길의 이름을 놓고 지자체 간 힘겨루기가 있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도는 대국민 투표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투표에 참여하는 국민들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이 문제가 됐다.

도는 ‘둘레길 명칭 대국민 투표’에 참여하는 국민들의 이름과 태어난 연도 및 월, 개인 전화번호를 요구하면서도 제출된 개인정보의 사용목적을 기재하지 않았다. 더욱이 이런 개인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투표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개인정보보호법 15조에는 이같은 개인정보를 요구할때는 수집·이용목적과 보유 및 이용기간을 정확히 명시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결국 이번 투표에 참여하려는 국민들은 본인의 개인정보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언제 폐기되는지 알지도 못한채 민감한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했다.

둘레길 코스 안내도. 경기도는 이중 7번코스의 명칭을 결정하기 위해 대국민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그래픽=경기도)


이런 상황에서도 울며겨자먹기로 투표에 참여한 이국현(36·포천시)씨는 “민간기업들도 개인정보를 요구할때는 구체적인 사용목적을 모두 밝히는데 공공기관에서 이런 기본적인것 조차 지키지 않으면 국민들은 도대체 뭘 믿고 내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하냐”고 토로했다.

이 사항에 대해 이데일리가 취재를 시작하자 뒤늦게 경기도는 지난 6일 오후 6시께 홈페이지 투표 페이지에 개인정보 수집 목적과 이용기한을 업로드했다. 도 관계자는 “투표에 참여하는 국민들의 개인정보는 중복투표를 막기 위해 수집하는 것이지 다른 목적은 없다”며 “수집한 개인정보는 7일 오후 투표가 종료된 뒤 전부 폐기할 계획이며 미처 수집목적을 알리지 못한 것은 실수”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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