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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100만 시위 한 달…백기 든 캐리 람 "송환법은 죽었다"

김인경 기자I 2019.07.09 16:20:44

캐리 람 "송환법은 죽었다. 법안 작업은 실패" 밝혀
"철회인지 미묘…무기한 중단과 다르지 않아" 지적도
캐리 람, 시민 달래기 나섰지만 사퇴요구도 여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범죄인 인도법안은 죽었다. 법안 작업은 완전히 실패했다”라고 밝혔다.[AFPBB 제공]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홍콩시민 100만명이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시위를 펼친지 한 달 만에 캐리 람 행정장관이 ‘송환법은 사망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람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송환법은 죽었다(the bill is dead)”며 “우리의 법안 작업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입법회에서 법안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을 안다”며 “여기서 반복하겠다. 그런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한 달이 넘게 이어지자 람 장관이 이를 진화하기 위해 ‘송환법을 더이상 추진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태는 홍콩정부가 송환법을 개정하려 시도하며 시작됐다. 홍콩은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주권을 반환한 후 자치권을 획득하고, 범죄인 송환 국가를 일부 제한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대만에서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망친 살인범 문제가 불거지자 홍콩 정부는 중국, 대만, 마카오 등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려 시도했다.

홍콩 시민들은 법안이 상정될 경우, 홍콩의 반중국 인사나 인권운동가도 중국 본토로 송환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세우며 거리로 나섰다. 지난달 9일 홍콩시민 103만명(주최측 추산)이 송환법 반대 대규모 집회를 펼쳤고 국제사회에서도 홍콩의 사법 독립권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여론에 밀린 람 장관은 15일 법안 추진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지만 하루 뒤인 16일 홍콩 시민 730만명 중 무려 200만명이 거리로 나와 행진을 펼치며 송환법 완전 철회 요구를 이어갔다.

특히 지난 1일에는 일부 강경 시위대가 홍콩 입법회 의사당을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에 람 장관은 지난 2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현 의회의 임기가 끝나는 2020년 7월이 되면 송환법은 소멸하거나 자연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람 장관의 송환법 사망 선고가 완전한 ‘철회’를 뜻하는 것인지 애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록만 추이 홍콩 중문대 교수는 “‘죽었다’는 단어는 법적이거나 정치적인 단어가 아니다”라며 “법안이 죽었다면 ‘철회’라는 단어를 써야 하는데, 왜 람 장관은 그 단어를 말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람 장관이 법안을 공식적으로 법안을 ‘철회’한다고는 말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즉, 람 장관이 송환법의 사망선고를 했지만 이전의 ‘무기한 중단’ 발표와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시민들의 요구는 송환법 철폐를 넘어서 람 장관의 사임, 체포된 시민들의 석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기자회견으로 시위가 멎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 날도 람 장관은 홍콩 시민들의 사임 요구와는 반대로 “나는 현 상황을 개선할 수 있게끔 시간과 기회를 달라고 간청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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