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쿵’ 소리 나자 해머 들고 바다에 뛰어들었다[따전소]

정병묵 기자I 2024.09.03 19:29:44

소방청-화재보험협회 '119 의인상' 시상
강릉 심곡항 물에 빠진 차량 내 인명 구조
심용택 씨 "무조건 사람 먼저 구해야 생각"
구조 참여한 홍시호 씨등 10명 의인 선정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강원도 강릉시에서 화물 선박 관리업을 하는 심용택(42) 씨는 작년 7월 12일 오전 6시쯤 낚시를 하기 위해 심곡항에 도착했다. 해안가에 주차한 뒤 장비를 챙겨 걸어가던 중 등 뒤로 ‘붕~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한 그랜저 승용차가 주차바퀴 턱을 넘어 바다를 향해 돌진 중이었다.

3일 소방청과 한국화재보험협회는 위험을 무릅쓰고 화재와 사고로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한 영웅 10명에게 ‘119 의인상’을 수여했다. (왼쪽부터)강영구 한국화재보험협회 이사장, 의인 홍시호씨, 심용택씨, 이영팔 소방청 차장(사진=정병묵 기자)
심씨가 놀라 119에 신고를 했을 땐 이미 차는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중이었다. 수심은 3~5m 정도. 심씨는 바닷속으로 바로 뛰어들어 50대 남성 탑승자를 구조했다. 근처에 있던 선장 홍시호(66) 씨는 자신의 배를 이끌고 침몰 중이던 차량 근처로 가 구조대상자와 심씨를 태웠다.

3일 소방청과 한국화재보험협회는 위험을 무릅쓰고 화재와 사고로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한 영웅 10명에게 ‘119 의인상’을 수여했다. 이날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119 의인상’ 시상식에서 만난 심용택 씨는 “사고 당시를 돌아보면 너무 정신이 없어 기억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데 물속으로 들어가는 차량을 보고 무조건 사람 먼저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말했다.

심씨에 따르면 사고 당일 급발진으로 추정돼 바다로 돌진한 그랜저 차량은 항구로부터 약 10m가량 떨어진 상태에서 침몰 중이었다. 심씨가 바로 바다로 뛰어든 것은 아니었다. 그는 “119에 신고를 한 뒤 근처에 있던 선장님(홍시호 씨)이 배를 띄우려고 했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며 “차량 유리를 깨야 할 것 같아 다른 주민께 해머를 빌려 들고 바다로 우선 들어갔다”고 회상했다.

이렇게 차를 발견한 이후 시간이 약 3~5분 정도 지났다. 심씨가 헤엄쳐 차에 다다르니 차는 뒷자리 쪽 창문과 트렁크를 빼고 물에 잠기는 중이었다. 구조대상자는 차량 뒷자리로 피신해 공포에 질려 있었다. 심씨는 “차량 뒷문을 열어봤더니 의외로 어렵지 않게 열렸다”며 “문을 열자 물이 차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 탑승자가 나오기 어려워했는데 옷깃을 잡아채고 건져냈다”고 했다.

강릉 심곡항 차량 침몰 사고 당시 인명 구출 영상 캡처(사진=동해해양경찰서)
엔진 시동이 걸리지 않아 배를 띄울 수 없었던 선장 홍씨는 그사이 노를 저어 침몰 위치에 대기 중이었다. 심씨와 구조대상자는 항구로부터 거리가 약 10m 떨어져 있는 상태였는데 홍씨의 빠른 판단으로 둘 다 무사할 수 있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극적인 구조를 통해 한 생명을 살린 심씨는 어느 특수부대를 나온 게 아닌 평범한 시민이다. 그는 “바닷가에 살다 보니 수영 실력은 ‘생존 수영’을 할 정도는 된다”며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지만 사람이 물에 빠지고 있는데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심씨와 홍씨 외에도 윤도일·이희성·원재현·강충석·김진홍·김정열·유세림·이승주 씨 등 총 10명이 참석했다. 이들을 포함해 지금까지 선정된 119의인은 총 61명이다. 이영팔 소방청 차장은 “본인이 위험에 처할 수 있었음에도 굴하지 않고 이웃을 먼저 생각한 용기와 정신은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해주는 숭고한 가치다”며 “이를 실천해준 영웅들의 헌신적인 자세에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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