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9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군사, 기술, 우주, 에너지, 철도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미사일 공동개발과 공동 생산 등을 위한 방위산업 협력·획득·지원에 관한 포럼(DICAS) 소집하고 △평시 및 유사시 상호운용성 강화 등을 위해 양국 군의 지휘·통제 체제를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또 △극초음속 위협 대응을 위한 활공단계요격기(GPI) 개발 추진 방침을 재확인 △미국·일본·호주 간 미사일 방어 체제 네트워크를 처음으로 구축 △ 미국·일본·영국간 정기 합동 군사훈련 실시 등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특히 우주 협력 분야에서는 일본 우주비행사가 달 탐사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인이 아닌 우주인으로는 최초로 달 착륙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회담 결과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일본을 ‘보호’(protection)하는 시대를 끝내고, 전 세계에서 양국의 전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행동하고 힘을 ‘투사’(projection)하는 새로운 미일 동맹의 시대를 선언한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일 동맹이 구축된 이래 가장 중요한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일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진행한 뒤, 기시다 총리까지 함께 3자 정상회담을 가진다. 동맹국인 일본, 필리핀과 협력을 강화해 남중국해에서 영향력을 넓히려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취지다. 중국, 북한,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3자 공조 체제를 구축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그동안 우려를 표명해온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동맹까지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미국이 일본, 필리핀과의 동맹 관계를 강화한 것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에 대응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앞서 백악관은 “3국 지도자들은 깊은 역사적 우정, 강력하고 성장하는 경제적 관계, 공동의 민주적 가치에 대한 자랑스럽고 단호한 헌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에 대한 공동의 비전에 기반 한 3자 동반자 관계를 진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과 필리핀, 미국과 일본 간 철통 같은 동맹을 재확인하고, 신흥 기술, 청정에너지 공급망, 기후변화,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보 강화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필리핀 대통령실은 미 워싱턴 주재 필리핀 대사를 인용, 이번 회담을 통해 에너지와 디지털 인프라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향후 5~10년 동안 10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