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작년 말 세종시의 한 고교에서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 서술형 항목에 다수의 성희롱 문구를 올린 학생이 퇴학 처분을 받았다. 이런 사실이 뒤늦게 보도되자 교원단체들은 아예 교원평가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26일 논평을 통해 “현재 교원평가제는 익명 뒤에 숨은 학생 범법자를 양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전문성 신장 취지는 실종된 채 부작용만 초래하는 교원평가제는 즉시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원평가제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교원 전문성 향상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평가항목은 △동료평가 △학생·학부모 만족도 평가로 구성되며, 이 중 학생·학부모 만족도 평가가 익명 보장된 서술형으로 진행되면서 성희롱·욕설 등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달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가 공개한 서술형 평가의 부작용 사례에 따르면 ‘00(교사이름)이는 그냥 김정은 기쁨조나 해라’에서부터 ‘00이 너 유통이 작아’ 등 성희롱성 문구에서부터 ‘나대지 말아라’, ‘쓰레기’ 등 폭언이 난무했다.
교총은 “교원평가가 교사들의 교육방식에 불만을 품은 학생들이 이를 겁박하거나 교사에게 모욕을 주는 수단이 됐다”며 “더욱이 서술식 평가는 교원 인권침해를 넘어 도를 넘은 성희롱, 반인륜적 표현까지 매년 되풀이되면서 교원들의 자존감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노조 역시 “학생·학부모 만족도 조사의 경우 지금과 같은 획일적 문항으로는 교사의 전문성 평가는커녕 교육적으로 필요한, 교육활동에 대한 피드백조차 제대로 담보할 수 없다”며 “교사에 대한 인격모독과 희롱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서술형 평가는 폐지하고 교육적 기능이 발현될 수 있도록 전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필터링(금칙어 배제)을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성국 교총회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금칙어를 무한정 늘리기도 어렵고 얼마든지 이를 피해 갈 수 있다”며 “서술형 평가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