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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김우수)는 6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살인과 추행유인,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씨에 대해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사형은 지나치다는 이씨 측 주장을 항소심이 받아들인 것이다.
이씨는 지난해 9월 딸 친구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추행하고 다음 날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승용차에 싣고 강원도 야산에 유기한 혐의도 있다.
이 밖에 아내(사망)를 성매매하도록 알선하고 그 장면을 몰래 촬영한 혐의와 자신의 계부(사망)가 아내를 성폭행했다고 경찰에 허위 신고한 혐의 등도 있다.
2심 재판부는 “이씨를 영구히 격리시킬 필요성을 인지하지만 교화 가능성을 부정해 원심이 사형을 선고한 것은 양형이 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는 중등교육을 받지 못했고 경제적 정서적으로 열악한 관계 속에서 살았고 일반인의 가치 체계를 습득하지 못해 왜곡된 가치 체계를 갖게 돼 참혹한 범행을 저질렀는데 재판받는 과정에서 이를 미약하게 인식하고 시정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준엄한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형을 선고한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이씨 변호인은 이에 대해 항소심 과정에서 처음부터 살해할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며 진심으로 행동을 뉘우치는 등 교정과 개선의 여지가 있는 만큼 사형을 선고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변호인은 지난 7월 최후 변론에서는 “공분이 크다고 해서 그만큼 되받아치는 것은 형벌이 아니라 공권력의 복수”라며 유기징역형 선고를 요청했다.
이씨는 항소심에서 “살인자로서 사형수로서 주어진 삶을 성실히 사는 사람이 되겠다. 한평생 용서를 구하며 반성하는 마음을 담아 사죄드린다”며 선처를 구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함께 기소된 딸(15)에게는 1심의 장기 6년·단기 4년형을 유지했다. 소년법에 따라 범행을 저지른 미성년자에게는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두는 부정기형을 선고한다. 단기형을 채우면 교정 당국의 평가에 의해 조기 출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