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i카페] 구글 속 '워라밸'..일·삶·휴식 '균형점'

김유성 기자I 2018.06.05 16:15:54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자는 의미의 ‘워라밸’. 올해 들어 많이 쓰인 신조어가 아닐까요. 일과 삶, 다시 말해 개인 생활을 철저히 분리하자는 취지입니다. 직장에 평생을 걸었던 우리 아버지 세대와는 전혀 다른 직장관입니다.

주 52시간 근무제도 어쩌면 이런 사회 현상과 맞닿아 있습니다. 제도라도 먼저 만들어 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자는 취지이지요.

그런데 아직은 워라밸에 대한 모범적인 답안은 찾기 힘듭니다. 무조건 노동 시간을 제한하는 게 옳은 것인지, 그것도 정부가 나서서 강제하는 게 옳은 것인지 논란이 분분합니다.

이쯤되면 해외 기업의 워라밸을 보면 어떨까요? 산업과 부서, 기업마다 다르지만, 꿈의 직장 ‘구글’의 사례를 통해 보겠습니다. 이들이 생각하는 ‘일’ 그리고 ‘삶’의 균형점을 어떻게 맞출 수 있는지.

오늘 소개해드릴 분은 지난 5월 열린 구글IO컨퍼런스에서 만났던 전준희 유튜브TV팀 엔지니어링 디렉터(전무)입니다. 전 디렉터는 당시 한국 기자들에 구글과 유튜브 속 직장 문화를 소개하러 나왔습니다.

참고로 전 디렉터는 국내 인터넷 벤처 1세대로 1993년대에 창업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스타트업에서 일하다가 2006년부터 구글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준희 유튜브TV팀 엔지니어링 디렉터(전무)
◇‘일’을 중심으로 균형점을 찾아라

구글에서 일하는 보통의 직장인들이 누릴 수 있는 워라밸은 어떤 모습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는 ‘일’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남들이 대단하다고 평가하고 박수쳐줄만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밤낮없이 일해야 한다. 남들이 안 해본 것을 하고 싶다면 그것을 나인투파이브(9시부터 5시)에 우리기 어렵다. 워라밸에서 균형은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균형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일을 더 많이 해야한다고 합니다. 특히 남들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남들과 똑같이 일해서 안된다고 강조합니다. 이제 막 입사한 경력사원이나 신입사원은 회사 일에 적응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합니다.

“회사에 처음 들어왔는데, 업무 방식을 잘 모른다면 단순히 나인투파이브로 일하면 안된다. 노력을 해야한다. 처음 프로젝트에 투입됐고, 잘 모른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프로젝트 막바지에 ‘나는 내 삶이 중요하다’고 여기면 회사 자체가 망할 수 밖에 없다.”

되려 전 디렉터는 칼퇴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 같습니다. 이것까지만 보면 모든 구글러들은 밤낮없이 일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런데 좀더 들어보면 다릅니다.

“모든 프로젝트는 막판에 몰리기 마련이다. 그런 경우에는 합심해서 일해야 한다. 그런데 출산 등의 일생의 큰 일이 있다면 그때는 자기 삶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가 크고나면 그 다음 목표를 위해 달릴 수 있으면 된다.”

이른바 생애주기에 따라서 일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전 디렉터가 본 워라밸의 첫번째 원칙입니다. 출산 등의 개인적인 사유가 있을 때는 여기에 집중하되, 그렇지 않은 때는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자신의 건강 상태, 생애주기 등을 따져 프로젝트에 몰두할 수 있는지부터 판단해야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도 필요할 때 주말에 나와서 일한다. 하루 12시간 일하기도 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다. 막판 한달, 두달의 고생은 추억이 된다. 12시간 일하는 와중에도 집에는 항상 5시에 들어갔다. 미국에서는 아이를 팽개치면 안된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8시간 이상 일해야하는데, 5시 퇴근이 가능할까요. 대부분의 한국 가장들이 일에 치여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현실과 괴리가 있어 보입니다. 아무리 가정을 중시한다는 미국 문화라고 해도 이해가 잘 안됩니다. 그런데 이어진 말을 들어보면 무릎을 탁 치게 됩니다.

“보통 8시30분에 왔다가 일찍가면 4시30분에 나가기도 한다. 퇴근후 애들이랑 저녁을 먹고 놀고 오후 8시30분부터 다시 일한다. 이때 온라인으로 미팅을 하고 테스트도 한다. 그렇게 12시나 1시까지 일한다. 일을 많이 한다고 해서 삶을 망치지 않는다.”

가정이 있는 직원들의 이른 퇴근을 당연시 여기고, 해당 직원도 퇴근후 가족과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에 다시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가 본 워라밸의 균형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일찍 퇴근하면서 눈치 볼 일이 없고,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낸 후에는 자기 일에 다시 몰입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삶의 패턴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프로젝트 막바지, 최고 바쁠 때입니다.

“세번째가 휴가다. 휴가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일 이렇게 살 수는 없다.”

구글러의 워라밸 세번째 포인트는 ‘휴가’입니다. 쉬고 싶을 때 장시간 쉴 수 있는 휴가입니다. 구글 내에서는 5주를 쉬는 일도 비일비재 합니다. 보통은 2주에서 3주 정도 쉽니다. 재충전의 시간을 충분히 갖고 다시 오는 것이지요.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휴가는 너무 적습니다. 단 5일을 쉬는 데도 눈치를 보곤 하죠.

“선택은 자기가 해야한다. 구글은 일하는 시간의 최대, 최소 제한이 없다. 프로젝트 단위로 한다.”

물론 구글이 제조업 기반의 회사가 아니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전 디렉터처럼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직원은 가능하겠지만,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업무가 지속되는 업무를 하는 직장인은 마음대로 근무시간을 조절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일하는 시간까지 강제해야하는 우리나라 노동 현실과 비교해 봤을 때 부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구글, 어떤 사람이 들어갈 수 있나

추가로 하나 더 언급하고 마치겠습니다. 구글, 유튜브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전세계 IT엔지니어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이 바로 구글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훌륭한 인재들과 일해봤지만, 한 가지 느끼는 것은 스스로 하려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프로그램을 따라가는 데만 익숙하다. 인생의 목표가 어떤 대학을 하고, 어떤 직장에 취업하는 데 있다보니 글너 것 같다. 다음 목표가 없는 것이다. 구글 자체에 들어오는 게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구글 오피스 내부 ‘구글포토’ 조형물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구글에 들어갈 만한 자질이 있는 사람일까요. 영어나 학력 등을 빼고 삶의 자세 측면에서만 봤을 때 이렇습니다.

“뭔가 세상을 바꾸고 싶다거나, 만들고 싶다라는 것. 불편한 것을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다. 단순히 회사가 들어가는 게 목표라면 인생의 발전이 없다. 자신이 궁극적으로 뭘 하고 싶은지 찾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정해진 답안을 외우고 그대로 실행하는 데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도 마치 입사 답안이 있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스펙 쌓기에 더 집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전 디렉터는 ‘스펙’에 대한 개념도 달리합니다. 자격증, 인턴십이 아니라 경험입니다. 어떤 것이든 변화를 추구해던 발자취라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원하는 목표를 위해 뭘 해야하는지 알아야 한다. 불합리하지만 좀처럼 고쳐지지 않은 부분을 해결하로고 시도해야한다. 그런 게 발자취처럼 남고, 쌓이면 스펙이 된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해서 그게 내 커리어와 스펙이 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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