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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범죄수익 제대로 환수해야 부패 청산된다

선상원 기자I 2017.08.02 15:50:56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현직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되었고,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 18개 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사상최악의 부패스캔들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오랜 동안 축적된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산물이다.

고 최태민 씨가 40여 년 전부터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통해 불법적으로 재산을 형성해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검 수사에 의해 밝혀진 것만 해도 부동산이 국세청 신고가 기준으로 2,230억 원에 달하고, 금융자산도 약 500억 원에 이른다. 이외에도 독일 등 해외에 수천억 원대의 막대한 재산이 은닉되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강탈하거나, 특혜를 주고 거래의 대가로 조성된 검은 돈이다.

19세기 영국의 역사가이자 정치인인 액톤(John Dalberg-Acton) 경은 “권력은 부패하기 쉽다. 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말을 남겼다.

수구·보수 세력이 정권을 잡는 동안 깊숙이 뿌리내린 부정부패는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국제투명성기구의 2016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35개국 가운데 29위로 하위권이며, 전 세계 176개국 중 52위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GDP 규모가 세계 12위고, 수출 규모로만 보면 중국, 미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6위인 것에 비추어 매우 창피한 수준이다.

올 초에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범죄 정황을 알지 못한 상태라도 정상적인 거래가 아닌, 저가(低價) 또는 무상으로 범죄수익이 이전된 경우에는 이를 몰수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해외로 유출되어 차명으로 은닉된 최순실 일가 등의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차명으로 보유하거나 자금의 이전에 개입하는 가족이나 지인들의 범의를 입증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금의 성격과 정상적인 거래 여부를 가지고 몰수의 대상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법의 개정만으로는 최순실 일가의 불법재산을 전액 환수하기에 충분치 않다. 환수해야 할 불법재산을 파악하는 등 범죄수익의 환수를 전담하는 인력도 부족하고, 그 절차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농단 관련자들의 과거 부정축재 재산 환수를 위한 ‘최순실 일가 부정축재재산 몰수특별법’ 제정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최근에는 여야의원 135명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행위자 소유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와 관련 ‘소급 적용’을 문제 삼아 몰수 특별법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과거 소급 적용을 한 사례가 많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과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일명 전두환 추징법)’,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일명 유병언법)’ 등에서 시행 전의 범죄행위에 대해서 소급적용하고 있는 것이 그 사례다.

지난 2011년 헌법재판소는 “친일재산 환수 문제는 역사적으로 이례적인 공동체적 과업이므로 소급입법의 합헌성을 인정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법리적·기술적 문제들은 차치하더라도 입법이 가능한 것이고, 이는 결국 국민적 합의에 달린 것이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범죄에 대한 확정 추징금은 총 3조 1,318억 원이었지만, 실제 환수된 금액은 841억 원으로 집행률이 2.68%에 불과하다.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젠 말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한 때다. 주로 범죄수익은 해외로 빼돌려진다. 해외에 은닉된 범죄수익의 국내환수를 위해서는 법무부, 검찰청, 국세청, 관세청,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국내 관계기관은 물론 적극적인 국제사법공조도 필수적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가 반드시 범죄수익을 제대로 환수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해 부정부패를 청산해야 한다. 정의가 살아 숨 쉬는 제도와 시스템을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라다운 나라’의 시작이자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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