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김관용 장영은 기자] 북한의 4차 핵실험 도발 이튿날인 7일, 정부의 움직임은 보다 신속하고 때론 강경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 제재 결의가 신속하게 채택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미국 등 동맹국은 물론 우방국과 공동 대응체제 전선 구축을 위한 물밑 외교전에도 뛰어들었다.
우리 정부는 이와 별도로 북한을 실효성 있게 압박할 수 유일한 조치로 평가받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8일 낮 12시부터 전면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의 고립을 위한 사실상의 ‘양면작전’인 셈이다.
◇朴, 오바마·아베와 통화..軍 확성기 압박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날 새벽 뉴욕 유엔본부에서 15개 이사국이 참여한 가운데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한 뒤 성명을 내어 제재 조치 작업을 즉각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 외교소식통은 “기존 안보리의 4개 제재결의를 최대한 강화하는 결의가 채택될 것”이라고 했다. 엠바고(금수조치), 화물검색, 금융제재, 이런 행위들을 위반하는 개인·기업 등에 대한 제재 등 기존 4개 안은 과거 3차례에 걸친 북한의 핵실험 및 장거리 로켓 발사 도발로 인해 마련됐다.
기존 제재의 틀을 벗어나거나, 새로운 각도로 접근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미국이 이란에 가했던 ‘세컨더리 보이콧’이나 북한 인권 문제를 매개로 한 압박 등이 주로 거론된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이날 국회에 출석, “안보리 차원에서 북한이 아플 수밖에 없는 제재 조치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북핵 불용 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하면서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안보리 이사국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체제 구축을 위한 물밑 외교전도 본격화됐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전화 통화를 시작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도 대응책 모색을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3국 차원에서 중국과의 공조 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김정은 체제의 내부 부도덕성을 고발하는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 북한을 압박하기로 했다. 이는 북한 당국은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조치다. 때문에 대북확성기 방송은 북한 정권의 ‘아킬레스 건’으로 평가받는다. 국방부 관계자는 “정부 결정에 따라 10여 곳에 대북 확성기를 설치할 것”이라면서 “이동식 확성기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휴전선 일대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될 전망이다. 게다가 8일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생일이기도 해 북측은 더 민감하게 반응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 대북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실장은 “최고지도자를 왕 이상으로 절대시하는 북한”이라며 “한국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나라의 잔칫상에 재를 뿌리는 것’으로 간주하고 초강경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경제제재 강화..中참여가 최대 관건
문제는 북한의 최대 원조국이자 교역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참여 여부다. 세컨더리 보이콧의 경우 핵 활동과 관련없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이라고 하더라고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이나 금융기관 등에 제재를 가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선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 인권과 관련한 압박 역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협조가 없이는 힘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 상당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중국이 단기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도 결정적일 때 발을 뺄 공상니 크다고 봤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한·미·일 협력 구도를 복원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전야(前夜)인 만큼 중국도 북한을 끌어들여 북·중·러 구도를 형성해 대응하려 할 것”이라며 “북한이 이를 잘 알고 있고 중국은 핵실험에도 북한을 내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