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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민발안은 스위스의 중립을 ‘영구적이고 무장된 중립’으로 헌법에 보다 엄격하게 명문화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발안안이 통과됐다면 스위스는 군사적 공격을 받거나 공격이 임박한 경우를 제외하고 나토를 비롯한 군사·방위 동맹에 가입하거나 협력할 수 없게 된다. 유엔이 결정한 제재와 제재 회피 방지 조치를 제외하면 전쟁 당사국에 대한 경제 제재에도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부결에 따라 스위스 정부는 지금처럼 국제 정세를 고려해 경제 제재 참여 여부를 사안별로 결정할 수 있다. 나토와 진행하는 합동훈련과 정보 교류 등 안보 협력에도 기존 수준의 재량을 유지하게 됐다. 스위스가 나토에 가입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현재의 비회원국 지위와 중립 정책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그나치오 카시스 스위스 외무장관은 투표 결과가 나온 뒤 “이번 결과는 중립에 반대한 투표가 아니다”며 “스위스는 어제도 중립국이었고 오늘도 중립국이며 앞으로도 중립국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의 중립은 나폴레옹 전쟁 종전 이후인 1815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으며 1848년 연방헌법에도 관련 원칙이 반영됐다. 다만 실제 국제분쟁에서 중립을 어떻게 적용할지는 정부와 의회가 판단해왔다.
중립 원칙을 둘러싼 논쟁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거세졌다. 스위스 정부가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제재를 상당 부분 채택하면서 우파 스위스국민당(SVP) 등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중립 정책이 훼손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SVP 등이 지지한 국민발안 추진 측은 경제 제재와 나토 협력이 스위스의 중립성을 약화시키고 국제분쟁에 휘말릴 위험을 높인다고 주장했다. 중립 원칙을 헌법에 명확히 규정해야 스위스가 분쟁 중재자로서 역할을 계속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반면 스위스 연방정부와 의회, 사회민주당·녹색당·중앙당·자유민주당 등 주요 정당은 발안에 반대했다. 국제 안보 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안보 협력과 제재에 대한 정부의 정책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위스 정부는 발안이 통과되면 나토와의 공동훈련이나 정보 교환 등 평시 안보 협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해왔다. 국제법을 위반한 국가에 독자적으로 제재를 가할 정책 수단도 좁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카시스 장관은 이번 부결로 스위스가 앞으로도 경제 제재 참여 여부를 개별 사안에 따라 결정하고, 자국 안보를 강화하는 범위에서 다른 국가 및 국제기구와 협력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국민발안을 지지했던 SVP는 결과를 수용했다. 루카스 라이만 SVP 의원은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스위스의 중립 원칙이 국가 정체성의 핵심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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