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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간염, 간수치 정상이어도 바이러스량 높으면 치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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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용 기자I 2026.09.21 1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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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도바이러스혈증 환자도 간암 위험 ... 증상 없어도 정기 검사·적극적 치료 필요

[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그동안 간 수치는 B형간염 환자의 항바이러스 치료를 결정하는 중요 기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간 수치가 정상이더라도 체내 B형간염 바이러스량이 많으면 간 손상 및 간암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치료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유정주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최근 만성 B형 간염은 간에 염증 발생 이후 치료하는 것에서 벗어나, 바이러스 증식을 일찍 억제해 간경변과 간암을 예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B형간염은 ‘B형간염 바이러스’가 간세포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성인이 급성으로 감염되면 대부분 자연적으로 회복되지만, 신생아·영유아기에 감염되거나 면역이 저하된 상태에서 감염되면 바이러스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B형 간염’으로 이어진다. 만성화 시 간에 염증과 섬유화가 서서히 진행돼 간경변, 간부전, 간세포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국내 만성 B형간염 환자는 약 120만 명으로 추정된다. 진단율은 약 83%로 높지만, 실제 치료 비율은 22.2%에 그쳐 진단과 치료 사이 격차가 크다. 국내 간암 사망자의 약 60%가 B형 간염으로 인한 것으로 알려져, 조기 진단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B형간염 급성 감염 시에는 피로감·식욕부진·미열·구역감·황달·소변 색이 진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만성 B형간염은 간이 상당히 손상될 때까지 무증상인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감염 경로는 B형 간염에 감염된 산모로부터 출생 시 전파되는 수직감염이며, 그 외 수혈, 오염된 주사기 노출, 침습 시술, 성 접촉, 가족 간 혈액과 체액 노출 등을 통해 전파될 수 있다. 일상적인 식사나 포옹, 재채기 등 단순 접촉으로는 전파되지 않는다.

2026년 개정된 진료지침은 만성 B형간염을 ‘염증성 간질환’이 아닌, ‘바이러스 감염 질환’으로 재정의하고, 치료 결정 기준을 간수치(ALT) 중심에서 바이러스량(HBV DNA) 중심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간수치가 정상이면 적극적인 치료보다는 경과를 지켜보는 경우가 많았던 ‘중등도바이러스혈증’이 새로운 치료 대상으로 포함되었다.

‘중등도바이러스혈증’은 혈중 바이러스량이 2,000~108 IU/mL 구간에 해당하는 상태를 말한다. 최근 국내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 이 구간의 환자들이 간세포암 발생 위험이 고바이러스혈증(HBV DNA 108 IU/mL 이상) 환자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한국·대만 공동 무작위 임상시험 연구 중간 분석에서도 조기 항바이러스 치료가 간암·비대상성 간질환·사망을 비롯한 중증 임상사건 위험을 크게 낮추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바이러스량이 2,000 IU/mL 미만으로 낮아 간 손상 위험이 높지 않은 환자는 추적 관찰을 통해 상태를 확인한다. 고바이러스혈증 환자는 연령, 간암 가족력, 간섬유화 여부 등 위험 인자가 있는 경우 적극적인 항바이러스 치료를 권고한다.

만성 B형간염의 표준 치료는 테노포비어, 엔테카비르 등 경구 항바이러스제를 이용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다. B형간염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는 완치에 이르는 환자는 아직 드물어, 현실적인 치료 목표는 HBV DNA를 장기간 검출되지 않는 수준으로 장기간 억제해 간의 염증과 섬유화 진행을 막고, 간경변·간부전·간암으로의 진행을 막는 것이다.

다만 항바이러스 치료를 통해 바이러스가 잘 억제되더라도 이미 간섬유화나 간경변이 진행된 환자는 간암 발생 위험이 남아 있다. 이에 만성 B형간염 환자는 6개월 간격으로 간 초음파와 혈액검사 등 간암 검사를 지속하는 것이 원칙이다.

B형간염 환자의 가족이나 동거인은 B형간염 표면항원(HBsAg)과 표면항체(anti-HBs) 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와 면역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감염되었다면 간 손상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간수치, 간섬유화 검사를 시행하며 필요시 간초음파나 조직검사를 시행한다. 감염되지 않았으면서 항체가 없다면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

이미 만성 B형간염을 진단받은 환자는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이나 민간요법을 임의로 사용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특히 항바이러스제를 의사의 지시 없이 중단할 경우 바이러스가 급격히 재활성화돼 간염이 악화할 수 있어 꾸준한 복약과 정기적인 진료가 중요하다.

B형간염이 진행돼 간경변, 간암으로 이어진 경우 내과·외과·영상의학과·방사선종양학과 등 여러 진료과의 유기적 협진이 매우 중요하다. 순천향대 부천병원은 다학제 진료 체계가 잘 구축되어 있으며, 각 과 사이의 협진이 효율적으로 이뤄져 신속한 치료가 가능하다. 최근 간이식 전문 의료진이 추가로 합류하며 향후 복강경·로봇수술 등 최소침습수술이 확대될 전망으로 환자 중심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유정주 교수는 “B형간염은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하게 치료·관리하면 간경변과 간암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는 질환”이라며 “한 번도 B형간염 검사를 받지 않았다면 건강검진 등을 통해 감염 여부와 항체 보유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B형간염 환자도 정기적인 검사로 치료 필요 시점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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