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위스키 안 따라했다"…K위스키 시대 연 도정한 기원 대표

노희준 기자I 2025.09.12 16:47:39

韓최초 싱글몰트 위스키 제조업체 기원 도정한 대표
주류계 아카데미 IWSC서 월드와이드 위스키 트로피
"120시간 넘게 장시간 발효해 깊은 매운 맛 내고"
"증류소 있는 남양주 극과극 날씨가 숙성에 최적"
"올해 흑전 예상..14개 수출→중국, 독일, 프랑스 추진"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처음부터 다른 위스키를 안 따라가려고 했기 때문인 거 같아요.”

도정한 기원 위스키 대표 (사진=기원)
한국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단일 증류소에서 몰트 단일 원료로 만든 위스키) 회사인 ‘기원’의 창업자인 도정한 대표는 최근 주류업계의 ‘아카데미상’(영화계 최고 권위상)이라고 불리는 ‘국제 와인 앤 스피릿대회(IWSC) 2025’에서 세계 위스키 부문 대상을 수상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도정한 대표는 12일 송파구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발효시간을 더 길게 했고 정말 타협 없이 좋은 원주를 만들어 이렇게 큰 상을 탄 거 같다”면서 “한국적인 위스키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IWSC는 매년 4000여 종 이상의 스피릿(증류주)이 출품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주류 품평 대회다. 전 세계 200여명 전문가가 블라인드 테이스팅(레벨과 병 모양을 가린 상태에서 시음 평가)과 과학적 분석을 병행해 심사하며 각 부문에서 단 하나의 최고 제품에만 트로피를 수여한다.

올해 이 대회에서 기원의 대표 제품 ‘기원 유니콘’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라는 심사평과 함께 IWSC 출품작 중 스카치(스코트랜드 생산 위스키), 아이리시(아일랜드 생산 위스키), 버번(미국 생산 위스키)을 제외한 전 세계 위스키 중 최고 제품으로 선정됐다. 이는 한국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싱글몰트 위스키가 생산되고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는 평가다. 이 대회에서 수상 작품은 선정된 후에는 대부분 산토리(일보 위스키). 카발란(대만 위스키) 등처럼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원 위스키 시그니처 제품 3종(호랑이, 독수리, 유니콘) (사진=기원)
위스키는 맥아(싹을 틔운 보리)나 여러 곡류를 당화 발효(미생물 효소를 이용한 알코올 생성)시킨 발효주를 증류(끓는 점 차이를 이용해 농도를 높이고 싶은 대상을 거르는 것)해 만든 후 나무통(오크통)에 숙성시켜 만든다.

그는 “제일 큰 것은 발효였다. 스코틀랜드나 다른 데는 60시간만 발효하지만 저희는 80시간, 100시간, 120시간으로 점점 더 시간을 늘렸다”면서 “120시간을 증류하니 깊은 매운맛이 나오기 시작했다. 고추장 맛이 나오는 게 특별하다”고 설명했다.

도 대표는 또한 “증류를 할 때 타협하지 말자. 증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10~20억원을 더 벌 수 있지만 정말 좋은 원주를 만들자고 생각했다”면서 “다른 증류소는 통상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전체 원액 15~25%를 숙성에 쓰는 반면, 기원은 맛과 향이 뛰어난 10~15%만 엄선해 숙성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숙성 과정과 관련해서는 “증류소가 있는 남양주의 극과 극의 날씨가 특별했다”고 했다. 남양주는 뚜렷한 연교차와 사계절로 여름에는 30도 이상이지만, 겨울에는 영하 20도의 추운 날씨로 증류주 숙성에 최적이라는 설명이다. 위스키가 들어있는 오크통은 더운 날씨에는 팽창돼 위스키 원액을 빨아들이고 추운 겨울에는 수축되면서 머금었던 원액을 뱉어낸다. 이 과정에서 오크통 특성이 술에 녹아들어가 위스키는 독특한 풍미와 깊은 맛을 내게 된다.

도 대표는 “지난해 기원 위스키를 1만8000병 팔았고 올해는 3만5000병 판매가 목표인데, 이미 지난해 매출을 달성하면서 소폭 흑자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현재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14개 국가로 수출하고 있는데 중국과 프랑스, 독일이 내년 수출 타깃 지역이다. 한국에서 좋은 위스키가 나오고 있어 위스키가 한국의 좋은 수출제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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