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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의 출발은 거창했다. 낡고 부패한 구태정치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우리 정치에 없었던 새로운 정당이 되겠노라 다짐했다. 하지만 정작 바른미래당이 근 반 년간 보여준 갈등해결 방식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서도 찾기 어려운 극단의 연속이다.
현재 국회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실 앞에서는 권성주 혁신위원의 단식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목적은 붕괴된 혁신위원회의 재가동이다. 다만 속내는 ‘손학규 퇴진’이라는 게 지배적 의견이다. 손 대표는 ‘절대 퇴진은 없다’는 입장이다.
권 위원은 손 대표가 회의를 오갈 때마다 막아보지만 제대로 된 대화는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퇴진파 혁신위원들은 18일 “손 대표 측 인사들이 ‘어젯밤에 뭘 좀 먹었느냐, 짜장면 먹은 것 아니냐’는 조롱과 욕설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 측은 “어느 당이나 극성당원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들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하여 당대표실에서는 즉각 제지했다”고 해명했다.
바른미래당의 단식 투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손 대표는 불과 반년 전인 지난해 12월 ‘민주당과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빼고 예산안 처리를 합의했다‘며 단식에 나섰다. 손 대표는 이 자리에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내 한 몸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목숨을 건 열흘간의 단식 끝에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사실상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제 개편 검토에 합의했다. 이밖에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정국에서는 개별 의원 의사와 무관한 사보임 강행으로 국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주장의 관철 여부를 떠나 바른미래당은 주요 고비마다 극단적인 선택을 이어가고 있다. 합리적인 대안세력을 자임하겠다는 말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1980년대 정치권에서나 보일듯한 구태가 계속되자 국민은 지지를 접은 상태다. 결국 당권파(손학규 대표 측)와 퇴진파(안철수·유승민계)가 나뉘어 사실상 ‘이권다툼’에만 몰두하는 모양새로 비치고 있다.
손 대표의 말마따나 거대 양당의 극한대결을 피하기 위해 제 3정당이 필요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정작 내부에서 거대 양당의 갈등보다 더 심각한 구태가 반복되면 제 3정당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다시 뭉치든, 헤어지든 선택은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할 일이다. 다만 합리적인 대안세력이라는 말은 삼가했으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