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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의 의전과 경호를 다루는 북미 협상팀은 29일 싱가포르에서 본격적인 실무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협상팀은 모두 앞서 전날(28일) 밤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북한의 협상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보좌하는 서기실장으로, ‘김정은 일가의 집사’로도 불리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을 대표로 8명으로 꾸려졌다. 미국 협상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집사’로 꼽히는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대표로 30여명 규모로 구성됐다.
싱가포르 현지에서 북미 협상팀은 정상회담의 정확한 시간과 장소 등과 함께 회담 배석자, 회담 결과 발표 방식 등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심이 쏠리는 것은 사상 첫 북미 정상 간 만남이 이뤄질 장소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가 싱가포르로 낙점된 이후 국제회의가 수차례 개최된 바 있는 샹그릴라 호텔,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등 고급 호텔과 함께 통제가 용이한 대통령궁 등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돼왔다.
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을 타진하는 과정에서 최근 2차례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것을 제외하면 북미 정상회담으로 첫 장거리 해외 방문을 하게 된다. 앞서 김 위원장은 판문점 우리측 지역에서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도 경호부대에 둘러싸여 경계선을 넘어오고, 방명록에 사인 당시에도 김여정 제1부부장이 직접 건넨 펜을 사용하는 등 경호 문제에 극도로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북미 간 회담 장소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도 보안 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회담에서의 ‘도보다리 회담’과 같은 장면이 연출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유년시절 스위스에서 유학을 한 김 위원장은 간단한 의사소통 수준의 영어는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 위원장이 은퇴한 미국 프로 농구선수인 데니스 로드맨을 북한으로 초청해 만남을 갖는 영상에서 직접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과 로드맨 선수 사이에는 항상 통역자가 자리했으며 김 위원장이 대화가 길어지면 곧바로 통역자를 바라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 후 이뤄진 2차 북중 정상회담에서 통역만 배석한 채 시 주석과 해변가에서 단독 회동을 진행했는데,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같은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한편 앞서 27일부터 판문점 통일각에서 의제를 놓고 진행된 북미간 협상과 함께 이날 의전·경호 실무협상이 시작되는 등 북미 간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협상이 본격화되면서 우리 정부도 이에 힘을 싣고 나섰다. 외교부는 이날 강경화 장관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시시각각 소통하고 있다고 밝히며 “북미간 협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우리측이 기여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