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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범죄조직, 美 저소득층 복지카드 수천억 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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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9.21 1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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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인 기소 잇따라 들여다보니
스키머 범죄 장악…구형 마그네틱 복제
최소 5000억원 피해…결국 연방 보전 중단
주정부들 카드 교체 속도…칩 카드 7개주뿐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루마니아 범죄조직들이 미국 저소득층 복지카드를 노려 수억달러 규모의 공공 지원금을 빼돌리고 있다. 쉽게 복제되는 구형 마그네틱 카드의 허점을 파고든 수법이다. 아직 칩을 탑재한 복지카드로 바꾼 주(州)가 7곳에 불과해 피해가 계속 늘고 있다.

미국 저소득층 식료품 지원금(SNAP)용 전자급여이체(EBT) 카드. 2021년 5월 5일 톰 빌색 당시 미국 농무장관이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AFP)
미국 저소득층 식료품 지원금(SNAP)용 전자급여이체(EBT) 카드. 2021년 5월 5일 톰 빌색 당시 미국 농무장관이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AFP)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2020년 이후 미시시피주 매콤, 메릴랜드주 로럴, 오리건주 포틀랜드 등에서 복지카드 정보를 빼돌린 혐의로 루마니아인 수십명이 기소됐다고 전하며, 기소가 루마니아인들에게 집중된 사실에 주목했다.

이는 루마니아 조직들이 복지카드 스키머 범죄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어서라는 분석이다. 미국 수사당국은 독점은 아니지만 루마니아 조직범죄단이 이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범행 초기 거점인 남부 캘리포니아에서만 루마니아와 연관된 인물 등 50명 이상이 기소된 바 있다.

최근에도 오하이오주에서 비슷한 사건이 적발됐다. 지난 3월 톨레도의 한 세븐일레븐 결제단말기에 스키머를 설치한 혐의 등으로 루마니아인 4명이 체포돼 내년 1월 재판을 앞두고 있다.

루마니아 조직들은 편의점이나 마트 결제단말기에 ‘스키머’라는 장치를 몰래 덧씌우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른다. 스키머는 실제 단말기와 거의 똑같이 생겼다. 설치에는 몇 초면 충분하다. 스키머 위 가짜 키패드가 비밀번호(PIN)를 기록하고, 카드를 긁으면 마그네틱선에 저장된 정보를 복사한다. 범인들은 장치를 회수하거나 근처에서 블루투스로 정보를 내려받는다. 이렇게 얻은 정보로 빈 카드를 만들어 현금을 인출하거나 에너지음료 등을 구매해 암시장에 되팔고 있다.

복지카드가 표적이 된 건 1960년대에 개발된 마그네틱 방식을 여전히 쓰기 때문이다. 일반 체크·신용카드는 대부분 보안성이 높은 칩을 탑재했지만, 칩 복지카드를 발급한 주는 앨라배마, 캘리포니아, 메릴랜드, 매사추세츠, 미시간, 뉴저지, 오클라호마 7곳뿐이다.

피해 규모는 공식 집계조차 없다. 다만 미 농무부는 2022년 10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75만4000가구가 도난당한 식료품 지원금(SNAP) 3억6000만달러(약 5000억원)를 대신 보전해줬다고 밝혔다. 피해 규모가 최소 5000억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연방정부는 2024년 말 보전을 중단했고, 이후로는 이를 대신 떠안는 주도 거의 없다. 존 워크 농무부 감찰관은 “직접 신고한 사람들만 집계한 것”이라며 “보전이 끊기면서 신고는 더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 수뇌부는 대개 해외에 머물며 느슨한 위계 속에 하급 조직원들에게 스키머 설치 같은 위험한 일을 맡긴다. 상당수는 비자 기간을 넘기거나 불법 입국한 체류자들이다. 범죄 수익은 가상자산(암호화폐)으로 루마니아에 송금돼 부동산과 도박, 조직 두목들에게 흘러간다.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SNAP 지급액이 불어나자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 2020년 4~9월 월평균 SNAP 지출은 120억달러(약 16조6680억원)로 전년 대비 61% 늘었다.

피해가 큰 주정부는 칩·비접촉 결제 카드로 교체 발급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에만 7650만달러(약 1063억원)를 들여 카드 수백만장을 재발급했다.

그 결과 주정부가 보전해준 월간 도난액은 2024년 1월 약 2100만달러(약 292억원)에서 올해 7월 430만달러(약 60억원)로 급감했다. 그러나 결제단말기가 이를 지원하지 않는 상점이 많아 여전히 전체 거래의 약 40%는 카드를 긁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WSJ는 지적했다.

오하이오주 의회는 아예 복지카드 칩 전환을 의무화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최소 2000만달러(약 278억원)가 들고, 전면 교체까지 3년이 걸릴 수 있다.

미 비밀경호국(SS)은 지금까지 70차례 단속으로 스키머 694대를 적발해 약 7억2000만달러(약 1조원)의 피해를 막은 것으로 추산했다. 스키머 한 대가 1년 가까이 들키지 않고 카드 수천장의 정보를 빼낼 수 있다. 마이클 펙 비밀경호국 글로벌수사운영센터장은 “안타깝게도 사업은 호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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