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8월 시진핑 주석에게 라이 석방을 고려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2월 라이의 유죄 판결 직후에도 “시 주석과 이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의 석방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중형 선고로 라이 사건은 미국과 중국 간 주요 외교 현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회담할 예정이다.
“외세 공모 배후”…국가보안법 이전 활동도 유죄 증거
홍콩 정부가 직접 선임한 판사 3명은 “라이가 세 가지 공모 혐의 모두의 배후 주모자였음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더 무거운 형을 받을 만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라이가 중화인민공화국에 대한 원한과 증오를 품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판사들은 라이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백악관 고위 인사들을 만나고 트럼프 본인과의 면담을 시도한 것을 외세와의 공모 증거로 지목했다. 이들 로비 활동 상당수는 국가보안법 제정 이전에 이뤄졌다. 재판부는 또 라이가 빈과일보(애플데일리)를 통해 중국과 홍콩에 대한 국제 제재를 촉구했다고 결론지었다.
라이는 2020년 구금된 이후 2년간의 재판 끝에 지난해 12월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그가 창간한 민주화 성향 타블로이드 신문 ‘애플데일리’가 최대 161건의 선동 기사를 게재했다고 주장했다.
라이와 함께 기소된 전 애플데일리 직원 8명도 징역 6년 3개월에서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애플데일리와 계열사에는 600만 홍콩달러(약 11억2500만원) 벌금이 부과됐다.
미중 무역협상 변수로 부상…4월 정상회담 주목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의 훙호펑 정치경제학 교수는 “트럼프는 시진핑과의 협상에서 이 문제를 다시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이 무역, 기술, 대만 문제에서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고 건강상 이유로 라이에게 인도적 석방을 허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의 주중 미국 대사인 데이비드 퍼듀는 지난달 블룸버그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두 정상 간 “진행 중인 대화”로 규정했다.
영국 시민인 라이를 위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달 베이징을 방문해 라이 사건을 제기했다.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도 지난달 베이징 방문 시 라이 석방을 촉구했다.
조지타운 아시아법센터의 토머스 켈로그 센터장은 “미국이나 영국의 효과적인 개입이 없다면 지미는 여생을 감옥에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
유럽연합(EU) 고위대표와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홍콩의 권리와 자유, 자치권 악화에 대한 우려를 계속 표명한다”고 밝혔다. 국제사면위원회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냉혹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홍콩 정부 대변인은 서방 지도자들이 “사실을 파렴치하게 왜곡하고 있다”며 “극도로 추악하고 비열하다”고 반박했다. 중국 외교부 홍콩 사무소도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명하며 중국 내정 간섭이라고 비난했다.
라이의 아들 세바스찬은 “5년 넘게 아버지를 끈질기게 박해한 후 이제 중국이 옳은 일을 하고 그를 석방할 때”라고 촉구했다. 딸 클레어는 “이 형이 집행되면 그는 감옥에서 순교자로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탈출해 언론재벌 된 입지전적 인생
중국 본토에서 태어난 라이는 기근을 피해 12세에 영국령 홍콩에 밀입국했다. 그는 장갑 공장 노동자에서 출발해 섬유 산업에서 성공했다. 자신의 공장을 사들여 미국 기업들을 위한 스웨터 제조업체로 키웠고, 또 다른 회사인 지오다노는 지역 최고의 패스트 패션 소매업체가 됐다.
라이는 1989년 톈안먼 탄압 이후 언론이 중국에 정치적 자유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고 언론계에 뛰어들었다. 1995년 애플데일리를 창간했다. 그는 1989년부터 2020년까지 홍콩의 민주화 후보와 민주화 운동에 1억4000만 달러(약 2050억원) 이상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데일리는 2021년 6월 경찰의 사무실 급습과 자산 동결로 폐간됐다. 많은 애플데일리 기자들은 이후 홍콩을 떠났다.
홍콩 언론자유 급락…180개국 중 140위로
중국의 국가보안법은 홍콩을 변화시켰다. 당국은 수십 명의 반체제 인사를 구금했고, 시민사회 단체와 비판적 언론 매체를 강제 해산시켰다.
국경없는기자회에 따르면 홍콩의 언론자유 순위는 2021년 180개국 중 80위에서 지난해 140위로 급락했다. 2002년 한때 18위를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조지타운대 아시아법센터의 에릭 라이 선임연구원은 “비판적 언론 매체가 폐쇄되고 범죄화되며, 외국 관리들과의 공개적 교류가 범죄 행위로 간주되면서 정보 접근과 의견의 자유로운 교류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보안법 아래에서 기소된 약 100명 중 완전히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라이는 판결과 형량에 대해 항소할 수 있지만 절차는 수년이 걸리고 성공률은 낮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