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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7일 윤석열 대통령 측이 신청한 구속취소 청구에 인용 결정을 내렸다. 앞서 지난달 20일 진행된 구속 심문 기일에서 윤 대통령 측은 우선 구속 기간이 도과한 만큼 현재 윤 대통령은 불법구금 중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결국 윤 대통령 측의 주장대로 구속기간 만료가 발목을 잡았다. 법원이 계산한 구속기간 도과는 지난 1월 26일 오전 9시7분으로, 윤 대통령이 구속 기소된 건 이 시간이 지난 1월 26일 오전 18시52분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공수처 수사권을 비롯한 각종 논란이 있는 만큼 수사과정 적법성 해소를 위해서라도 구속 취소가 필요하다고 봤다.
사실상 윤 대통령 측 주장을 전부 받아들인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사유가 곳곳에 숨어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 중심엔 공수처가 있다.
발단은 윤 대통령의 내란죄를 두고 공수처, 검찰,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등이 서로 수사권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형소법에 따르면 내란죄 수사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인해 경찰에게만 있다. 하지만 검찰과 공수처가 직권남용죄에 대한 관련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수처가 지난해 12월 9일 경찰과 검찰에 사건이첩요구권을 발동하면서 주도권을 갖게 됐다.
◇체포 영장 집행·빈손 조사·영장 쇼핑 등 숱한 의혹
이후에도 공수처 수사는 곳곳에서 파열음이 났다. 윤 대통령이 3차례에 걸친 출석 요구에 불응하자 지난해 12월 31일 1차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이다. 그러나 1차 집행은 대통령경호처의 거센 저항으로 무위에 그쳤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공수처는 “합법적인 체포 영장에 대통령경호처가 협조할 줄 알았다”는 식의 해명을 내놔 뭇매를 맞기도 했다. 또 체포 영장 기간 마지막 날 영장 집행을 경찰에 위임했다가 거절당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2차 체포 영장 집행을 통해 윤 대통령에 대한 신병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집행 첫날 11시간 조사를 제외하곤 대면 조사를 하지도 못하고 검찰로 이첩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관할지인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한 것도 논란이 됐다. 당시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주거지와 대통령실이 서부지법 관할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윤 대통령 측은 ‘영장 쇼핑’ 의혹을 줄곧 제기해왔다. 이 의혹에 불을 붙인 건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윤석열 대통령 사건 관련 체포 영장 이외에 압수수색 영장, 통신영장 등을 중앙지방법원에 청구한 적이 없는지’에 대한 질의에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에 윤석열 대통령 영장을 청구한 사실이 없습니다”라고 답하면서다.
윤 대통령이 기소된 이후 변호인단이 기록을 살펴보다가 공수처가 압수수색검증영장(12월 6일), 윤 대통령 등 32명에 대한 통신영장(12월 6일), 윤 대통령 등 5명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영장(12월 8일) 등을 중앙지법에 청구했다 기각당한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해당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이 공수처를 상대로 수사에도 나선 상태다.
결국 수사권 주도 경쟁 과열과 공수처의 무리한 이첩요구권 발동, 어설픈 수사 등이 초유의 대통령 구속 취소를 불렀단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결국 공수처가 사고를 치고 말았다”며 “공수처에는 수사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를 진행하려 한 것이 화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공소기각이나 면소 판결이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해야하는 지경이 됐다”며 “공수처라는 기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