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셀프조사 논란’에 국토부 인사 빠진다

최정희 기자I 2025.01.07 17:35:53

국토부, ‘제주항공 참사’ 기자회견
박상우 장관 "무거운 책임감 느껴"…사퇴 의사 표명
국토부 출신 사고위원장 사퇴, 항공정책실장 사고위서 배제
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 국토부 "규정 맞으나 안전성 미흡"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국토교통부가 무안 제주항공 항공기 참사 조사와 관련 ‘셀프조사’ 논란이 일자 해당 참사를 조사하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고위)에서 국토부 전·현직 인사를 배제시켰다. 장만희 사고위원장은 7일 사의를 표명했고 당연직 상임위원으로 있는 주종완 항공정책실장은 사고위 업무에서 배제된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출처: 국토부)
국토부는 향후 사고위원장을 추후 공모를 통해 선임한다고 밝혔지만 사고위원장은 국토부 장관 추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라 현 상황에서 제대로 후임이 선임될지 불투명하다. 현재 대통령은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권한대행 체제를 맡고 있는 상황이고 이날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제주항공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박상우, 사태 수습 상황 봐서 사표 제출하겠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공안전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이번 참사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다만 사표를 낸다고 상황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사태 수습과 도의적 상황을 봐서 (사표 관련) 적절한 방법과 시기를 상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제주항공 참사를 조사하는 사고위 구성에서 국토부 전·현직 출신을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박 장관은 “조사의 공정성과 관련 문제 제기가 있던 사고위 위원장은 오늘(7일)부로 사퇴 의사를 표명했고 상임위원인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을 사고 조사 등 위원회 업무에서 배제했다”며 “조사가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져야만 희생자를 비롯한 국민들도 이해할 수 있고 추후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는 외국계 재보험 회사들도 조사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사고위는 현재 위원장을 포함해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고위원은 항공분과위원회 6명, 철도분과위원회 6명(국토부 철도국장 포함)으로 구성되는데 위원장과 항공분과 상임위원이 각각 사퇴, 업무배제되면서 항공 조사와 관련된 사고위에선 국토부 출신이 참여하지 않게 됐다.

무안공항은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더 단단하게 고정하기 위해 콘크리트 둔덕 관련 개량 사업을 2020년 5월부터 올 2월까지 진행했는데 장만희 사고위원장은 해당 개량 사업을 인·허가했던 부산지방항공청의 청장으로 근무한 바 있다. 장 위원장은 2019년 8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부산지방항공청장을 지냈다. 더구나 경찰은 참사를 키운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둔덕에 대해서도 조사중이기 때문에 장 위원장이 사고위를 객관적으로 이끌어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토부는 사고위원장이 공석이 된 만큼 향후 공모를 통해 임명한다는 계획이지만 당분간 공백이 불가피해 보인다. 사고위원장 자리는 항공철도사고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토부 장관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인데 민간 출신 위원장을 선임하려고 해도 대통령은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으로 임명 등이 제한돼 있고 박 장관은 사퇴 의사를 표명한 상황이다. 또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이 당연직으로 항공분과위원회 상임위원을 맡고 있는데 이 자리를 민간 인사로 채우려고 해도 직제를 개편해야 한다. 국토부는 향후 사고위 조직·인적 구성 개편방안을 포함한 관련 법률 개정과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콘크리트 둔덕, 규정 위반 아니지만 안전성 측면에서 미흡”

무안공항의 방위각 시설을 고정하는 콘크리트 둔덕과 관련 국토부는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다만 안전성 측면에선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07년 무안공항 개항 당시 설치된 방위각 시설은 콘크리트 둔덕으로 설계돼 활주로 끝단으로부터 264미터 떨어진 지점에 위치해 있다. 방위각 시설을 고정하는 지지대는 높이 1.8미터, 폭 0.26미터, 너비 3미터의 콘크리트 기초 구조물 19개로 받치고 땅이 기울어져 약 1.5미터의 흙을 경사지게 쌓았다. 이후 한국공항공사는 태풍 등 강풍에도 방위각 시설이 단단하게 고정될 수 있도록 2020년 5월부터 올 2월까지 콘크리트 상판을 올리는 개량 사업을 부산지방항공청의 인·허가를 받아 추진해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됐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21조)’에 따라 종단안전구역이 착륙대 종단으로부터 최소 90미터까지 확보해야 하는데 무안공항은 199미터까지 확보하고 있고, 종단안전구역 내에는 장애물이 없다고 밝혔다. 240미터까지 확보하는 것이 권장 사항이나 최소 규정을 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같은 기준에 따라 종단안전구역 범위를 방위각 시설까지 연장하도록 돼 있지만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나 미국항공청(FAA) 규정을 보더라도 종단안전구역 범위를 방위각 시설이 나오기 전까지로 규정돼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일각에선 종단안전구역 범위를 방위각 시설이 고정된 콘크리트 둔덕 끝단으로 해석,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방위각 시설을 고정하는 지지대가 콘크리트여야 했는 지에 대해서도 국내외 규정 검토 결과 종단안전구역 밖에 위치하는 시설에 대한 재질, 형상에 대한 규제는 없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주종완 실장은 “편법, 불법을 떠나서 안전성이 중요한 만큼 전문가와 함께 경사도를 더 완만하게 한다든지, 내용물(콘크리트)을 빼고 재구성한다든지 등을 논의하겠다”며 안전성 측면에서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무안 참사의 사고 윤곽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사고 현장에서 엔진을 흙더미에서 수습하는 과정에서 새 깃털이 발견됐다. 이승열 사고위 사고조사단장은 “조류 충돌을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는데 엔진 한 쪽에서 새 깃털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현재 커넥터를 분실한 사고 항공기의 비행기록장치(FDR)는 6일 미국 워싱턴으로 이송, 교통안전위원회(NTSB) 등에서 데이터를 추출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단장은 “정상적인 블랙박스라면 데이터를 추출하는 데 3일, 분석하는데 1~2일이 걸릴 것”이라며 “얼마나 손상됐는지 여부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다를 것이고 이를 (녹취록 작성이 완료된) 음성기록장치(CVR)과 타임라인을 맞춰봐야 정확한 사고 원인을 알 수 있고 이는 몇 개월 더 걸릴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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