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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소비자 조사 전문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엔데믹 전환이 본격화된 올해 2분기 90포인트대로 올라섰던 소비지출 전망지수는 3분기 80포인트대로 급락했다. 소비지출 전망지수는 100포인트를 기준으로, 소비 지출이 감소하거나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함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외식비는 2분기 96포인트에서 3분기 84포인트로 떨어졌고, 같은 기간 △여행비(99→81포인트) △의류비(93→80포인트) △문화·오락·취미비(94→81포인트) 역시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이는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올해 1분기(외식비 91, 여행비 80, 의류비 88, 문화·오락·취미비 88포인트)에 비교해서도 오히려 낮아진 지수로 올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치솟은 물가와 금리 등 경기침체 영향으로 풀이된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이번 지출의향 하락 속도와 낙폭이 어느 때보다도 커 상승 반전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계속되는 물가상승이 비용 상승과 소비 감소를 불러오고 일자리와 소득에 타격을 가하며 경기침체의 악순환으로 이끄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조짐이 완성돼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분석했다.
지난 2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2022년 하반기 국민 소비지출 계획 조사’ 결과에서도 분위기는 같았다. 전경련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9.7%가 올해 하반기 소비지출을 상반기 대비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응답자들은 소비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으로 올해 하반기를 꼽은 이들은 단 4.1%에 그쳤고, 절반에 가까운 46.8%가 내년으로 응답했다. ‘2024년 이후’, ‘기약없음’이라고 응답한 비중 또한 각각 25.2%, 20.4%에 달해 현재 경기침체에 대한 강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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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는 물가 급등 속 각종 프로모션으로 소비 진작에 집중해왔던 대형마트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형마트는 올해 하반기 들어 수익성을 사실상 포기하고 전방위적으로 ‘최저가’ 프로모션을 전개 중이지만, 그나마 이어지던 소비가 끊어지면 매출이 추락하며 인건비 등 고정비를 감당하기조차 어렵다. 그야말로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이미 주요 공산품 가격 인상이 현실이 된 최근, 대형마트가 합리적 가격으로 소비자의 발길을 끌어들일 카드는 제철 농·축·수산물 등 신선식품과 PB 상품이 유일한 상황. 실제로 최근 이마트는 다음달 1일부터 3일까지 3일간의 연휴를 겨냥 제철 과일을 최대 50%, 한돈 전 품목을 최대 40% 할인 판매하는 ‘과일·한돈데이’에 나섰고, 롯데마트 역시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절임배추’를 시세 대비 절반 수준에 판매하는 기획전을 전개한다. 홈플러스의 경우 PB 상품인 ‘홈플러스시그니처’를 앞세운 결과 온라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유통업체 입장에선 소비자들이 쇼핑 자체에 부담을 느껴 손길을 끊어버리는 것이 가장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이익을 포기하면서도 최저가 프로모션에 적극 나서는 것 역시 꾸준히 매출을 발생시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체에서 가격 결정권을 쥔 공산품은 어찌할 수 없더라도, 직접 소싱(구매)하는 신선 등 계절 상품, PB 등에 보다 집중해 소비자가 부담없이 지갑을 열도록 하는 게 핵심 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