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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이재용 사면 가능성…"결심 섰다면 이른 사면도 고려해야"

신중섭 기자I 2021.06.03 17:35:55

경제단체-총리 간담회서 '이재용 사면' 또 언급
경총회장 "반도체 주도권 뺏길 수 있어"
"반도체 경쟁 격화…더 빠른 사면도 기대"
이건희 회장도 법정 기념일 외 단독 특사 경험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재계가 연일 정부를 향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청와대도 전향적인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가운데, 재계 일각에선 반도체 경쟁이 나날이 격화하는 만큼 광복절까지 기다리며 시간을 지체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결심이 섰다면, 굳이 ‘법정 기념일’에 얽매일 필요 없이 과거 고(故) 이건희 회장 사례처럼 단독 특별사면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 회복과 선도형 경제로의 도약’ 국무총리-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재계, 연일 “이재용 부회장 사면” 목소리

김부겸 국무총리는 3일 오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등 경제 5단체장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선 전날 4대 그룹 대표와 문재인 대통령의 간담회에 이어 이 부회장 사면 건의가 또 나왔다. 앞서 경제 5단체는 지난달 청와대에 사면 건의서를 제출한 바 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만 TSMC와 미국 등이 반도체 산업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언젠가 반도체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며 “이 부회장이 빨리 현장에 복귀했으면 좋겠다는 다급한 심정에서 사면 건의를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단체장들은 이날 말씀은 없었지만)이심전심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어제 대통령 발언도 고무적이다. 많이 걱정해주시는 것이라 생각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사면 건의를) 대통령께 전달은 해드릴 것”이라며 “경제계 지도자들이 여러 가지를 건의한 것 중에서 상당 부분은 정리해서 대통령께 보고 드리겠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은 전날 열린 문 대통령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을 에둘러 건의했다. 최태원 회장은 “경제 5단체장이 건의한 것을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김기남 삼성전자(005930) 부회장도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경제계의) 고충을 이해한다. 국민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며 “경제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진행된 취임 4주년 특별연설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국민들의 많은 의견을 충분히 듣고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도체 전쟁 격화…이른 시기 단독 특별사면 고려도”

여당에서도 기류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전날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입장이 상당히 변하신 것이 아닌가 느꼈다”고 말했다. 송영길 대표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고민하고 있는 것을 이해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광복절 특사’가 점쳐지고 있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광복절’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단독 특별사면을 통해 하루빨리 이 부회장을 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차피 사면을 해주기로 결심이 섰다면, 서둘러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잇따라 새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위탁생산) 업계 1위인 TSMC는 최근 애리조나 주에서 반도체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아울러 향후 3년 동안 공장의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1000억달러(111조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인텔도 지난 3월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발표, 200억달러(약 22조원)를 투입키로 했다.

사면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에게 특사 상신 전 사면심사위원회를 열어 심사를 거치도록 돼 있다. 사면심사위 위원은 모두 9명으로 내부 위원과 4명 이상의 외부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이다. 사면심사위가 대상자를 선정하면, 대통령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사면권을 행사한다. 주로 삼일절·광복절 등 법정 기념일에 특사를 하는 게 관례이긴 하지만, 시기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다.

일례로 이 부회장의 선친인 고(故) 이건희 전 회장은 2009년 8월 배임·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4개월 뒤인 12월29일 이 전 회장에 대한 단독 특별사면을 발표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선 상황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 전 회장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재계 관계자는 “청와대나 여권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을 볼 때 사면으로 분위기가 기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산업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만큼, 결심이 섰다면 법정 공휴일이라는 관례에 상관없이 이른 시기에 단독 특별사면을 하는 것이 반도체 업계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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