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기 어려운데 일확천금이라도”…저소득층 복권구매 2배 ‘껑충’

박종오 기자I 2017.01.23 15:34:28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지난해 월 소득이 200만원을 밑도는 저소득 가구의 복권 구매 비율이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10~11월 전국 만 19세 이상 국민 10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 월평균 소득 199만원 이하 가구의 복권 구매 비율은 10.2%로 1년 전(5.9%)보다 4.3%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1~11월 사이 복권을 산 적 있는 10명 중 1명은 최하위 저소득층으로, 1년 새 이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는 뜻이다.

월평균 소득 200만~299만원 중하위 소득 가구의 복권 구매 비율도 작년 13.5%로 1년 전(12.5%)보다 높아졌다.

△복권 구입 경험자의 소득계층비율. 맨 오른쪽 수치는 작년, 오른쪽에서 둘째는 2015년 응답 비율. [단위:%, 자료:기획재정부]
반면 중·고소득층의 복권 구매 비율은 줄었다. 전체 복권 구매자 중 월평균 소득 300만~399만원 가구 비중은 지난해 24.1%로 1년 전(26.1%)보다 2%포인트 낮아졌다. 월 소득 400만원 이상 가구도 이 비율이 3.2%포인트(55.3→52.1%) 감소했다.

소득이 넉넉지 못한 계층이 복권을 더 사고, 중산층 이상 계층은 구매를 줄인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울 때 복권을 더 산다는 명확한 인과 관계는 없다”면서도 “생계가 어려워진 저소득층이 (일확천금의) 희망을 품고 복권 구매를 늘렸을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전국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2인 이상·명목소득 기준)은 56만 1000원으로, 1년 전(64만원)보다 무려 12.4% 급감했다. 이는 2014년 1분기(55만 7000원) 이후 가장 적은 금액이다. 전체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이 301만 9000원으로 1년 전(296만 3000원)보다 1.9%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복권 판매가 소득 불균형 해소에 기여하는 등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정부 주장도 다소 무색하게 됐다. 저소득층이 복권을 사서 조성한 자금을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사업에 쓰는 꼴이기 때문이다. 재분배 효과가 낮아졌다는 이야기다. 복권은 당첨금, 판매수수료 등을 제외한 전체 판매액의 40%가량을 복권 기금으로 적립해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 안정 사업 등에 사용한다.

이번 조사에서 최근 1년간 복권을 한 장이라도 사봤다고 답한 비율은 55.9%로 1년 전보다 0.6%포인트 감소했다. 다만 한 번 로또 복권(장당 1000원)을 살 때 평균적으로 쓰는 금액이 1만원 초과라는 답변 비율이 8.4%로 전년보다 2%포인트 올라갔다. 로또를 매주 산다는 응답 비율도 20.6%로 6.6%포인트나 증가했다.

전체 응답자 71.1%는 “복권이 있어서 좋다”고 답했다. 1년 전보다 3%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2008년 복권 인식 조사 이후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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