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마곡지구 입주 1년 반…‘아직은 절반의 성공’

정다슬 기자I 2016.11.10 16:00:40

자족기능 갖춘 부도심 성장 기대
마곡지구 주택가격, 서울평균 앞질러
산업시설 부지 분양률은 63%에 그쳐

△서울 강서구에 조성되는 마곡지구 일대에는 곳곳에서 업무시설과 상업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글·사진 =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9일 오전 11시께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들어서자 익숙했던 거리 풍경은 사라지고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 외곽 지역에 자리 잡은 논밭에서 대단위공원과 주거, 업무·연구기관, 상업지역이 섞인 서북권 부도심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마곡지구’의 현재 모습이다.

2007년 12월 말 공사를 시작해 당초 계획은 올해 말 조성을 완료하는 것이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공사기간이 지연된 상태다. 시행자인 서울도시주택공사(SH공사)는 마곡지구가 완성되려면 앞으로 2년 정도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주거지역은 지난 2014년 6월부터 입주가 차례차례 진행되고 있고 상업용지 역시 상당 부분 조성됐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대부분 상승했지만 이중에서도 마곡지구의 상승세는 눈부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마곡지구의 대표적인 동(棟)인 마곡동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014년 4분기만 하더라도 3.3㎡당 1350만원으로 서울시 평균(3.3㎡당 1594만원)에 못 미쳤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역전된 이후 11월 현재 3.3㎡당 1921만원으로 서울시 평균(3.3㎡당 1861만원)을 웃돌고 있다. 마곡 개발지구와 붙어 있는 마곡앰밸리 7단지의 경우, 전용면적 84.9㎡ 분양가가 4억 600만~4억 1200만원 선이었지만 최근에는 8억원 후반대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집값이 3년만에 두배가 넘게 뛴 셈이다.

이는 마곡지구가 단순한 ‘배드타운’(bed town)이 아닌 대규모 업무·연구단지가 함께 조성돼 자급자족이 가능한 도시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지하철 5호선·9호선·공항철도가 함께 있는 트리플 역세권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SH공사 관계자는 “환승통로 등을 통해 각각의 역을 이어 사실상 한 곳에서 도보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곡앰밸리 7단지 옥상에서 내려다본 마곡지구는 아직 황량한 느낌이 들었다.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데다가 아직 나대지로 남은 지역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다만 2018년 6월에는 50만 3875㎡ 규모로 도시형 식물원과 호수공원을 합한 ‘서울식물원’이 부지를 가로질러 들어설 예정이어서 녹지공간 부족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문제는 산업시설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느냐다. 마곡지구는 전체 공급용지 150만 9000㎡ 중에서 72만 9000㎡가 산업시설 용지인데 분양률은 아직 63%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대우조선해양이 경영난으로 마곡지구 8%에 해당하는 부지 매수를 포기하면서 비상이 걸린 상태다. 마곡지구의 성공 여부는 산업생태계가 얼마나 훌륭하게 형성되느냐에 달린 만큼 조속한 기업 유치가 필수적이다.

이에 대해 변창흠 SH공사 사장은 “서울에 이만한 입지가 없는데다가 용지 공급도 조성원가 수준으로 하기 때문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기업은 많지만 건축 연면적(주차장·기계실 제외)의 50%(중소기업은 40%) 이상을 연구시설 면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규정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제조업이나 도시형 첨단산업 쪽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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